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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 Jan 04. 2019

진짜 시골이 있는 그곳, 마이쩌우
(하노이 근교 여행)

베트남 한 달 살기 Day 8 

마이쩌우(Mai chau)로 가는 차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지난밤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해 도로를 빽빽이 매웠던 사람과 오토바이의 행렬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거리는 조용하기만 하다.

기사를 만나 마이쩌우에 가는 차에 탑승했다. 

벌써부터 설렌다. 기분 좋은 울림으로 가슴이 쿵쾅거린다. 


이번 여름으로 기억한다. 일이 바빠 며칠째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출장을 가기 위해 다른 짐을 꾸리려 집에 들어가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걸 내팽개치고 조용한 곳에 가 쉬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 맘 다해, 적극적으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베트남이 내 마음에 들어와 있었다. 마이쩌우에서의 추억이 나를 사로잡았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곳.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곳. 

나를 아들처럼 대해주는 베트남 엄마와 아빠를 만나는 곳. 


그렇게 겨울 휴가지를 베트남으로 정했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해외에 있는 가족을 만난다는 마음으로 들떠 어떤 선물을 사 가면 좋을지 행복한 고민을 했다. 


4시간 정도 지났을까. 마이쩌우에 도착했다는 간판을 지나니 저 멀리서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우리가 묵을 마이쩌우 홈스테이의 주인아저씨이다.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수줍은 아이의 웃음이 매력적인 분이다. 웃을 때는 치아를 다 내 보이며 수줍게 웃으시는 것이 매력 포인트이다. 

우리 기사에게 따라오라고 손짓을 한다. 차를 집까지 안내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저씨의 뒷모습을 좇다 보니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곳 마이쩌우에 와 있다. 우리 아저씨, 아주머니의 집에. 

사람들도 그대로고, 강아지들도 그대로다. 풍경도 그대로다.

아주머니가 뛰쳐나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그러고 나서 손동작으로 배고플 텐데 밥 먹으라, 하신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옆집 여자에게 들은 말로는, 아주머니는 원래 어제부터 마이쩌우의 겨울 추위를 피하기 위해 고향인 호찌민시티에 내려가 있기로 계획되어 있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봄, 가을 날씨라 더없이 좋지만.)

그런데 우리가 다시 방문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다음 달로 일정을 변경하셨다고 한다. 

우리가 온다고 집도 다 청소하고 장도 보고 정확히 언제 오는지 계속 물어보라 하셨다 한다. 

멀리 사는 가족이 방문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어머니처럼.

작년 마이쩌우를 처음 방문한 날

짐을 정리하고 나왔더니 야외 테이블에 점심 식사가 차려져 있다. 한 상 가득한 집밥이다.

토마토와 각종 채소가 들어간 생선찜. 작년에 생선 요리를 맛있게 먹어 좋아하셨는데 잊지 않으셨나 보다. 

통후추를 갈아 넣은 그린빈 볶음.

현지 열매를 사용해서 짭짤하게 볶은 돼지고기. 

간장 조림 맛이 나는 돼지고기찜.

그리고 마당 텃밭에서 바로 따온 싱그러운 채소. 

하노이에서 먹은 음식은 대체적으로 짰는데 아주머니의 음식은 간이 딱 맞다.

나는 맛있다고 하면서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서로 웃음이 오고 간다. 


정신없이 식사를 마치고 해먹으로 가서 누웠다. 여기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해먹 앞에는 추수가 끝난 논밭이 펼쳐져있다. 저 멀리 이따금씩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바라본다. 가까운 곳에서 멀리로, 소리와 함께 천천히 사라지는 오토바이의 모습을 본다. 마치 내 근심도 함께 오토바이에 싣고 사라지는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해먹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자기의 존재를 알아달라는 듯이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새 우는 소리도 들리고, 개 짖는 소리도 들리고, 논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쪼아 먹는 오리 무리의 소리도 들린다. 

자연의 소리가 참 좋다. 


해먹 사이로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다. 바람도 솔솔 분다. 어릴 적 아랫목에서 할머니 무릎에 누워있는 착각마저 든다. 참 따뜻하다. 참 포근하다. 기분 좋게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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