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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 Jan 03. 2019

하노이에서는 부담 없이 '카페 호핑'을

베트남 한 달 살기 Day 7

여기 하노이에서는 모든 골목마다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이곳은 대로변에 있기도 하고 골목 사이에 비밀 장소처럼 숨어 있기도 하다. 

바로 카페이다. 

미로 같은 길을 지나야 발견할 수 있는 Cafe Pho Co 

지난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낸 곳을 꼽으라면 카페이다. 

카페의 수만큼 가지각색의 카페가 있어 옮겨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숙소를 나설 때면 오늘은 어떤 곳과 마주하게 될까 약간 설레기도 한다. 


여기서 일주일을 보낸 지금 카페를 방문하는 나름의 체계도 생겼다. 


오전에 처음 방문하는 카페는 하노이 골목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작은 카페이다. 

한평 남짓한 규모의 작은 카페지만 도보에 깔아 둔 목욕탕 의자나 작은 나무 스툴의 행렬이 그 크기를 압도한다. 

자리를 잡고 '카페 쓰어다' 한 잔을 주문한다. 베트남식 진한 커피에 연유와 얼음이 들어간 음료이다. 카페인과 당을 보충하고 싶은 오전에 딱 맞는 커피이다. 

하노이 거리의 늦은 아침 풍경을, 현지 사람의 삶을 느낀다. 

그리고 책을 꺼내 든다. 주변은 오토바이 경적소리와 사람 소리로 시끄럽지만 신기하게도 책이 술술 읽힌다. 

1시간 이상은 머물지 않는다. 등받이가 없는 (있어도 매우 작은) 딱딱한 의자 때문에 내 엉덩이가 버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다. 이제 다른 카페로 옮길 시간이다. 

두 번째 방문하는 카페는 우리에게 익숙한 느낌의 카페이다. 모던하지만 로컬한. 즉, 자리가 편하고 화장실이 깨끗하지만 현지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자리가 편해 가장 오래 머무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잠시 앉아서 멍을 때린다. 카페의 시그너쳐 메뉴를 마신다. 그러고 나서 '블랙커피'나 '연유가 아닌 우유를 넣은 라테'를 마신다. 연유 커피(카페 쓰어다)는 두 잔을 마시기에는 너무 달다. 

대부분 시그너처 메뉴는 실패한다. 비싸기만 하고 한국에서는 마시는 음료가 훨씬 맛있다. 현지에서는 현지 스타일을 따라야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에 매번 도전하고 실패한다.

Tranquil Books & Coffee 2호점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한다. 여행 중 내가 해야 할 일이란 글쓰기, 긴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업무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을 뜻한다. 브런치 글도 주로 이때 쓴다. 

중간에 하기 싫으면 하지 않는다. 또 멍을 때린다. 나를 채워주는 게 이번 여행의 목적이므로. 

카페 내부에서, 테라스에서 사진도 찍고 중간에 웹서핑도 하고 책도 읽는다. 

그러다 보면 늦은 오후가 된다.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선다. 바로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갈 때도 있지만 보통 뭔가 아쉬운 마음에 다른 곳을 찾는다. 주로 가는 곳은 발코니가 넓은 여행자 카페이다. '해피 아워' 시간대와 겹쳐 주로 맥주를 주문한다. 

이 시간에 마시는 맥주가 제일 맛있다. 카페인과 거리의 먼지로 텁텁한 목을 다 씻어주는 느낌이다.

올드 쿼터 골목 어귀를 바라보며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것을 눈으로 냄새로 느낀다. 

독서를 하고 싶으면 독서를 하고, 글을 쓰고 싶으면 글을 쓰고, 현지 정보가 필요하면 웹 서칭을 한다. 

Chookies Balcony Cafe

이 모든 게 한국의 커피 두 잔 값이면 해결이 된다. 스타벅스라면 두 잔 값도 안되지 않을까. 

각 카페마다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 기분 전환이 된다. 심지어 다른 곳을 여행하는 느낌도 든다.

수십 년된 카페에서 과거와 재회할 수 있다.

커피 맛도 가는 곳마다 다르다. 탄 맛이 강한 곳도 있고 초콜릿 맛이 나는 곳도 있고.

앉는 곳도 가는 곳마다 다르다. 길거리에 앉아 있기도 하고 바로 앞에 성당이 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있기도 하고 다방과 닮은 내부에 앉아있기도 하다. 

내부 인테리어가 독특하고 성 조셉 성당을 마주하는 발코니가 매력적인 Hanoi House Cafe

여행이 현지 문화를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면, 하노이에서 카페를 가는 것은 진짜 여행이다.

현지인의 삶을, 감각을, 맛을 엿볼 수 있다. 



* 방문한 카페 정리와 커피 종류는 추후 글에서 다루도록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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