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품은 '비타민'일까, '페인킬러'일까
제품(또는 사업)의 성격을 분류할 때 많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비타민은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제품입니다.
반면, 페인킬러는 없으면 고통이 수반되는, 또는 지금 나의 문제를 즉시 해결해 주는 제품을 말합니다.
저는 초기 사업자일수록 페인킬러와 같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페인킬러 같은 제품이 되려면 고객이 겪는 ‘문제'가 선명하게 정의되어야 합니다. 문제가 선명하게 정의될수록 고객을 설득하기도, 지갑을 열기도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페인킬러가 되어야 한다고 해서 고통스러운 문제만 해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생활의 불편이나 가려움을 느끼는 부분을 해결하는 것도 페인킬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사업도 누구를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비타민이 되기도, 페인킬러가 되기도 합니다. 또는 사업이 집중하는 시장을 주변시장으로 피벗함으로써 페인킬러로 포지셔닝할 수도 있습니다.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동일한 제품이어도 타깃 사용자 그룹에 따라서 비타민으로 느끼기도 하고 페인킬러로 느끼기도 합니다.
미국의 전자계약 서비스, 도큐사인(Docusign)은 초기 시장 진입 시 테크 종사자들이 전자 계약 도입을 적극적으로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계약을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 동기가 없었습니다. 종이 계약을 전자 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은 약간의 편리함을 주지만 고통을 해결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었죠.
그러나 부동산 중개인들은 달랐습니다. 종이 계약서를 주고받는 며칠의 시간 동안 고객이 변심하거나 경쟁자에게 거래를 뺏길 수 있기 때문이죠. '빠른 계약'은 계약 취소를 줄이는 페인킬러가 됩니다. 이에 주목해 도큐사인은 부동산 에이전트에 집중하여 빠르게 서비스를 성장시킨 후 점차 타깃 시장을 확대하며 전자 계약 시장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제 회사의 사례입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페인킬러가 되기는 더 어렵습니다. 소비자의 선택옵션이 많기 때문이죠. 초기 한국의 해외송금 시장도 그랬습니다.
소다크루는 경쟁이 치열한 해외송금 사업에서 경쟁이 없는 해외선물하기 사업으로 전환(피봇팅) 하기 위해 소다기프트(SodaGift)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소액송금자들 상당수가 선물 목적으로 송금한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었죠.
해외로 선물하는 사람들은 국제택배를 이용해 비싼 비용을 지불하거나, 시간과 노력을 크게 들이거나, 이것도 어려워 별 수 없이 돈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페인 포인트가 명확하지만 이를 해소할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시장이었습니다. 해외로 보내는 것을 ‘돈’ 대신 ‘선물’로 바꿈으로써 새로운 시장의 페인킬러로 포지셔닝하여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를 뾰족하게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는 페인킬러가 되는 것입니다. 대기업처럼 큰 마케팅 투자를 할 수 없거나 오랜 기간 버틸 수 없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업 초기 또는 준비 단계라면 ‘고객의 문제를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