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실패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
몇 년 전, CB Insight에서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를 조사해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1위 시장의 니즈가 없는 제품
2위 현금 부족
3위 팀의 역량
4위 경쟁에서의 도태
5위 가격 및 비용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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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 1위는 바로 '시장의 니즈가 없는 제품 출시(No Market Need)'였습니다.
창업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비즈니스에 강한 확신을 갖고 시작합니다. 상상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채용하고, 함께 일 할 사무실을 구합니다. 또는 통으로 외주를 맡기기도 하죠. 못 해도 수백 만원에서 수천 만원을 쓰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시간입니다. 제품 출시까지 적게는 6개월, 길게는 1년도 씁니다. 스타트업의 실패 원인을 생각해 보면 리스크가 매우 큰 접근이죠.
스타트업 업계에서 자주 쓰는 MVP(Minimum Viable Product)라는 개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MVP는 쉽게 말해 '최소 기능 제품' 즉, 완전한 모습이 아닌 검증하고자 하는 핵심 기능만 갖고 있는 제품입니다. 최소 기능만 가진 제품을 빠르게 출시해 시장의 피드백을 받자는 취지인 것이죠. 그러나 MVP를 만들다 보면 최소 기능의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 할지 결정이 어렵습니다. 또한 아무리 최소 기능이어도 '개발' 리소스가 투입되어야 하고요. 이런 이유들로 "4주 만에 MVP를 개발했어요."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MVP 보다도 제품의 시장성을 빠르고 저렴하게 테스트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입니다.
'프리토타이핑? 프로토타이핑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은 'Pretend'와 'Prototype'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구글의 엔지니어링 디렉터였던 알베르토 사보이아(Alberto Savoia)가 처음 제안한 개념이기도 합니다.
Pretend: ~하는 척하다
Prototype: 제품이나 서비스의 초기 시제품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은 쉽게 얘기하면 프로토타입(Prototype)인 척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작동하는 제품을 만들기 전에 신속하게, 저렴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프리토타이핑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알베르토 사보이아는 저서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The Right It>을 통해 많은 기법을 소개하지만, 제 경험 상 초기 창업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4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페이크 도어 즉, 가짜 문을 만들어 테스트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1인 사업가가 자신만의 유료 강의를 만들고 싶다고 가정해 볼게요. 아직 강의를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랜딩 페이지를 만들고 커리큘럼을 올립니다. 이를 타깃 하는 커뮤니티에 올리거나 소액의 페이스북 광고를 집행해 반응을 보는 거예요. 반응이 좋으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강의를 만들고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이죠.
제품 소개를 랜딩 페이지로 만들어 관심 있는 사람들로부터 문의를 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랜딩 페이지에 '도입문의' 같은 CTA(Call-To-Action) 버튼을 넣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신청하는지 보는 거죠. 비개발자도 쉽게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노코드 툴(슬래시페이지, 아임웹 등)을 활용하면 하루 만에 랜딩 페이지를 만들어 테스트해 볼 수 있습니다.
대규모 사용자 대상의 제품을 만들기 전에 먼저 소수의 사용자에게 개인 맞춤형 형태로 제품의 가치를 제공해 보는 방법이에요. 사용자와 수시로 소통하면서 제품의 핵심가치를 도출하고 개발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죠.
예를 들어, 고객의 취향과 예산에 맞춰 맞춤형 여행 계획을 짜주는 앱을 개발하고 싶다고 해볼게요.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수의 고객을 모집하고 직접 맞춤형 여행 일정을 짜주는 거예요. 고객이 어떤 여행지를 선호하는지, 어떤 활동이 인기 있는지, 맞춤형 여행 계획의 만족도가 어땠는지 피드백도 수집하고요.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이 들면 비로소 개발자를 구하거나 외주를 통해 MVP 개발을 하는 거예요. 제품 출시 전부터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이미 초기 사용자를 확보한 효과도 있어요.
제품을 구현하지 않고 제품의 작동을 시뮬레이션하는 비디오를 만들어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는 방법이에요. 제작한 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리고 그 링크를 소셜미디어, 블로그, 페이스북 그룹, 커뮤니티 등 다양한 채널에 올립니다. 좋아요, 댓글, 공유로 호응하는 사람들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이들과 소통하여 시장성을 확인하면서 제품 개발의 방향성을 잡아 보는 겁니다.
Canva, Figma와 같은 툴을 활용하면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앱이나 웹사이트 목업을 만들 수 있어요. 이 소재를 활용해 제품이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비디오를 만드는 거예요. 크몽과 같은 사이트를 이용하면 UI 목업을 제작하는 일, 데모 비디오를 제작하는 일처럼 일부 작업을 전문가에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의뢰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게는 자동화된 시스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람이 모든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자동화된 시스템을 개발하기에 앞서 먼저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지 수동으로 테스트해 보는 것이죠. 사용자에게 자동화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자동화된 시스템처럼 보일 정도로 편리하고 빠르면 그만이니까요.
배달의 민족이 처음 앱을 출시했을 때, 음식점까지 자동으로 주문이 들어가는 시스템을 갖추고 시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객들은 앱이니까 당연히 자동화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뒷단에서 직원들이 이를 확인하고 전화로 음식점에 대신 주문을 했다고 해요.
창업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시장의 니즈가 없는 제품에 집착하는 것에서 옵니다. 시장의 니즈가 있는 제품을 찾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을 던져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품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성을 테스트할 수 있는 프리토타이핑 기법을 활용해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