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니엘 Jun 17. 2024

COO를 영입하고 싶어요

스타트업에게 COO는 언제 필요할까?

얼마 전 시작한 지 3년 차에 접어든 스타트업 대표님과 커피챗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 운영하며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대화를 약간 각색하여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대표님께서는 요즘 인력 구성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상태였습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본인이 회사 대표를 맡고 다른 엔지니어 후배가 CTO를 맡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매출은 없었어요. 사업 아이디어와 대표님의 관련 분야 경력을 인정받아 정부 R&D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고 그 자금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제품은 아직 출시 전이었어요. B2B SaaS 모델을 생각하고 계셨고요. (프라이버시를 위해 회사나 제품에 대해서는 이 정도만 얘기하도록 할게요.)


대표님은 올 하반기 프리 A 투자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들어보니 현재 두 명의 C레벨 제외하고 인원이 10명 정도 되더군요. 경영관리 1명, 마케팅 1명, 영업 1명이 있고 그 외에는 연구원 및 엔지니어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최근에 대표님 본인이 CTO 백업도 하시고 투자 준비도 병행하다 보니 조직을 관리해 줄 COO를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COO를 영입할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물어보시더라고요.


여기까지 얘기를 쭉 듣고 아래와 같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1. 대표님이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대표님이 현재 집중해야 할 일은 빠르게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출시하고 첫 번째 Paying Customer(유료고객)를 찾는 것, 그거 외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이 목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는 사람은 지금 같이 갈 인원이 아니라고요. 막상 프로덕트-마켓-핏을 찾게 되면 시장과 고객군이 누구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력 구성은 모두 달라질 확률이 높으니까요.


2. COO가 아닌 맡길 수 있는 CTO를 영입하세요.


지금 문제는 COO 영입이 아니라 대표님이 CTO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기술 리드도 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대표님이 CTO가 아닌 대표로서 회사를 이끌어 가길 원하신다면, 시장검증과 투자유치에 집중하고, 대표님의 백업 없이 개발을 온전히 맡길 수 있는 CTO를 다시 영입하는 편이 낫습니다.  COO나 다른 관리자급을 생각할 단계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해요.


3. 위 두 가지를 투자유치 전에 실행하기를 권합니다.


아프더라도 1, 2번 모두 투자유치 전에 실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품 출시 전, 그것도 아직 명확한 타깃 시장과 유료 고객을 못 찾은 상태에서 투자유치도 쉽지 않고요. 투자 유치를 하더라도 이 상태에서 돈이 생기면 인력 재구성은 더 어려워지고 조직은 더 비대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COO는 언제 필요할까요?


Photo by Desola Lanre-Ologun on Unsplash


COO 영입을 위한 절대적인 기준은 없어요. (제 경험 상) 인원 규모가 30명 이하라면 COO가 필요한 레벨은 아닙니다. 투자 단계로 보면 시리즈 A까지는 제품 사용성과 고객 리텐션에 집중하고,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인력에만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COO 영입은 최소 시리즈 B 이상 되었을 때부터 고려해도 늦지 않습니다.


적어도 매출이 J커브를 그리고 있거나, 안정적인 매출이 나오는 상태에서 신규 비즈니스를 모색해야 하는 단계가 아니라면, COO 영입은 시기상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때도 COO 포지션을 바로 만들기보다는 회사의 초기 멤버 중 한 명이 CEO를 도와 회사의 운영 및 경영관리를 도와줄 팀장급으로 시작해도 됩니다.




저도 그랬지만, 초기 창업자는 조직의 모양새를 빨리 갖추고 싶은 압박을 느낍니다. 상당수가 필요한 시기보다 미리 자리를 만들고 잉여 인력을 만들어 낸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인재여도 회사의 스테이지에 맞지 않는 인사는 그들 스스로도 동기부여가 안 되기 때문에 결국 떠나게 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모든 의사결정의 종류는 둘 중 하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