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니엘 Apr 22. 2024

몰입할 수 있는 일터

일 자체는 죄가 없다. 오히려 일에만 집중하면 더 좋은 일터가 된다

창업을 하기 전 소비재회사와 금융회사 등 세 곳에서 8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운이 좋게도 첫 직장부터 마지막까지 내가 하고 싶던 마케팅이나 온라인 서비스 기획 관련 직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회사를 다닐 때도 일 자체를 좋아했다.


생각보다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건 일보다는 일 외적인 요소였다. 일에 몰입해서 성과를 더 내고 싶고 개인적으로도 성장하고 싶은데, 정작 일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았던 것이다. 정말로 가치 있는 일보다는 보고, 회의, 품의, 그리고 기타 잡무에 소모하는 시간이 컸다고 할까. 주니어 직급일수록,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 현상은 더 심했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오후 6시까지 정작 중요한 일은 하나도 못 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야근이 늘어나고 이 패턴이 반복되면서 직장 생활의 만족도가 점점 떨어졌던 것 같다.


이런 경험으로 인해 창업하고 내가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바로 몰입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도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 오고 있어 내가 시도하고 있는 방법들을 공유해 보려고 한다.


Photo by Proxyclick Visitor Management System on Unsplash



1. 월금 재택

지금은 재택근무가 많아졌지만, 우리 팀은 코로나 이전부터 월요일, 금요일은 재택근무를 자율적으로 해왔다. 월요일 출근길, 금요일 퇴근길은 유난히 더 붐비고 차도 막히기 때문. 이때 소비할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서 일에 더 몰입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월금 자율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2. 대면 보고 없음

필요한 보고는 슬랙 메신저에서 텍스트로 하도록 했다. 대신 여러 개 메시지가 아닌 정리된 하나의 메시지로. 미팅을 통한 보고를 기본적으로 하지 않되, 보고 내용에서 더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담당자에게 10분 정도 (전화) 미팅을 요청해서 부연 설명을 해달라고 하는 방식으로 했다.


3. 품의 간소화 

‘[예산]OO에 OO 정도를 집행하고 싶다’와 같이 슬랙 메신저로 보내면 ‘네’ 또는 ‘좋아요’ 이모지로 승인 프로세스를 대체했다. 궁금하거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2번과 같이 짧은 미팅을 요청하거나 댓글을 통해 의견을 달았다. 슬랙으로 했던 이유는 기록이 남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필요하다면 찾거나 증빙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4. DRI 방식을 통한 책임과 권한 부여

가장 주니어인 팀의 구성원까지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책임과 권한을 부여했다.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라는 제도인데, 자신이 DRI로 맡고 있는 업무는 '선진행 후공유' 형식으로 하게 된다팀원들과 의견을 교환하거나 조언을 구할 수 있지만 어찌 됐든 본인이 의사결정하고 결과도 추적해 보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의사결정이 잘 못 되었다 하더라도 문책이나 인사고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레슨을 얻어 팀 전체가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는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5. Monthly 1:1 미팅 & 전사 미팅

몰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은 구성원들이 조직의 비전과 목표에 늘 sync가 맞는지 점검하는 노력과 병행되어야 한다. 잘못된 방향성으로 몰입을 하면 산으로 간다. 1:1 미팅 및 전사 미팅을 통해 방향성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회사의 목표와 비전을 지속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우게 되었다.




이 방법들은 앞으로도 개선하고 지속해서 튜닝도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는 회사의 문화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팀원들이 신규 입사자들에게 ‘다니엘(회사 구성원들은 나를 이렇게 부르고 있다)에게는 선보고 후실행 말고 선실행 후공유로 하세요.’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하니까.


평균적으로 우리가 일하는 하루 8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이 시간을 정말 중요한 일에만 투자하기에도 기업을 둘러싼 경쟁은 너무 치열하다. 그러므로 구성원들이 중요한 일에 최대한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조직이 일의 만족도도 높이는 동시에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스타트업 피벗, 어떻게 하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