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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May 01. 2016

절망과 싸우는 방법

영화 <서칭표슈가맨> 혹은 로드리게즈 단상

하아얀 눈길 위를 중년의 남자가 걸어간다. 비틀 거리지만 이내 곧은 걸음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남자. 로드리게즈다. 로드리게즈의 그 걸음 걸이를 좋아했다. 그가 주춤거리며 눈길을 걸어가는 풍경이 마치 그의 인생 같았다. 비틀 거리지만 넘어지지 않는 모습. 그리고 끊임없이 전진하는 모습이 실의에 빠지지 않고 굳건히 그의 삶을 닮아있었다. 


서칭표슈가맨을 처음 본 건, 3년 전 겨울 학교 도서관에서였다. 찬 기운과 더운 기운이 뒤섞인 도서관은 졸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영화를 보고 싶다는 마음 한편으론, 잠들고 싶다는 마음도 공존했다. 시간이 있으니 보자, 하는 마음으로 디브이디를 넣고 재생시켰다. ‘슈가맨-’하고 시작하는 노래에 눈이 번쩍 뜨였다. 로드리게즈의 음악에 매료되었던 순간이다. 


서칭포슈가맨을 볼 때마다 나는 할말이 많아진다. 그를 잘 안다고 자부해서가 아니다. 그의 인생과 그 음악이 때마다 내 마음을 울리기 때문이다. 마음이 흔들릴 때 로드리게즈를 떠올리는 건, 평정심을 잃지 않는 그의 굳건함을 순간의 내가 닮고 싶기 때문이다. 모든 게 변했지만 단 한가지 변한 것이 없다면 ‘그건 로드리게즈’라는 그의 동료의 말이 떠오른다. 어떤 사람은 그의 삶 자체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주곤 한다. 로드리게즈가 그렇다. 


로드리게즈는 머물지만, 늘 전진한다. 동시에 주변 사람들을 살피길 주저하지 않는다. 98년 3월 6일, 남아공에서의 첫 공연에서 로드리게즈는 관객들에게 말한다. “살아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사람들을 살게 해 준 건 그였음에도 말이다. 로드리게즈가 음악에 담은 가사들은 죽은 삶이 아닌, 사람들 스스로의 삶을 살게 했다. 


자유를 몰랐던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고, 억압된 사람들을 스스로 해방하게끔 만든 것, 로드리게즈의 힘이자 음악의 힘이다. 서칭표슈가맨을 보며 또 한번 생각했다. 음악은 잠식된 영혼을 되살리고 그 영혼들은 한 데 모여 춤을 출 것이다. 춤을 춘다는 건, 절망과 기꺼이 싸우겠다는 몸짓이기 때문이다. 

슈가맨 어서와줘 이 풍경은 지겨워
푸른 동전을 줄테니
무지개 색 꿈을 돌려줘
은빛 마법의 배로 가져다 줘
점퍼, 코카인, 달콤한 메리 제인

로드리게즈는 끊임없이 걷는다. 눈길을 지나 푸르른 풀 밭 위에서도 걷는다. 절망과 싸우기 위해서다. 영화를 본 후 도서관을 나왔다. 찬 공기가 얼굴 가득 와닿았다. 집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녹지 못한 눈들이 거리 틈을 메우고 있었다. 축축한 아스팔트는 질척이는 소리를 냈다. 내딛는 걸음이 로드리게즈의 담담한 걸음을 생각하게 했다. 잠시 멈췄다. 어디선가 그의 목소리 들려오는 듯 했다. "Sugar man you’re the answer. That makes my questions disappear " 그리고, 또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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