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일기 #4
턱을 꽉 다무는 습관이 생겼다. 잘 때에도, 생각을 할 때에도 늘 턱에 긴장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습관적으로 턱을 만지작 거리는 나를 보고 친구가 말했다.
"나 그런 습관이 있었어. 어느 날, 잠들랑 말랑 하는데 내가 턱에 힘을 주고 있다는 게 온 몸으로 느껴져서 잠이 홀딱 깨더라. 내 마음이 불안한데 몸이 고통 받고 있다는 거, 그때 처음 알았어"
친구는 그 시기가 자신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했다.
나는 고개만 주억거리며 괜스레 턱을 만져대던 손을 떼어냈다.
몸의 습관은 마음을 대변한다는 사실을 매번 깨닫는다. 마음이 불안정하고, 복잡할 때에면 자연스레 그 힘은 몸에 가해진다. 앙 다문 입과 잔뜩 찌푸려진 미간. 요즘 달고 다니는 것들이란 유독 이런 것들 뿐이다.
어제 또, 면접도 보지 못하고 탈락했다.
마음의 면역력이라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하면 생기는 걸까.
'그래, 나랑 맞는 곳이 있겠지'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말은
만성이 된지 꽤 오래되었다.
차곡차곡 쌓인 다독임들을 그대로 흩트러뜨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괜찮다고 말하지 않으면,
그렇게 털어버리면 조금은 나아지려나.
괜히 다물려진 입에 힘을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