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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May 12. 2016

오늘을 위한 보조배터리

​내 삶의 흐름을 해치지 않고, 천천히, 그렇게, 조금씩.

하루에 한번 배터리를 갈아끼운다. 순서는 간단하다. 본체를 열고, 배터리를 빼고, 다시 충전된 배터리를 끼우곤 본체 뚜껑을 탁탁-소리나게 닫아준다. 꽈악 맞물리지 않으면 핸드폰은 제대로 옷을 입혀달라고 아우성을 내니, 심혈을 기울어야 한다. 


간단한 순서임에도 늘 이 과정이 귀찮기만 하다. 변명을 하자면 이렇다. 배터리를 갈아 끼우려면 결국 핸드폰을 꺼야 한다는 것인데 그럼 하고 있던 작업이 날아가 버린다. 다시 켜 와이파이를 잡는 데에도 조금의 시간이 걸린다. 결국, 배터리를 갈아끼운다는 건 '완충'의 목적일 뿐, 그 순간의 충만한 뿌듯함에서 그치고야 만다. 


여분의 배터리보다 인기를 얻는 건 보조배터리다. 아이폰 유저에게 보조배터리는 필수품이 되었다. 별도의 충전이 필요하지만 여분의 배터리보다 2배 이상 미리 충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 사용된다. 목적은 '완충'이 아니다. 천천히, 하지만 흐름을 놓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다. 


방전되기 1% 전, 모든 게 리셋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보조배터리.

 

삶에도 보조배터리가 있다면 좋겠다.

100% 완충 되진 않더라도

20%, 50% 다시 나아갈 힘이 될테니까.

내 삶의 흐름을 해치지 않고, 천천히, 그렇게, 조금씩.


침대 한 켠에 놓인 배터리를 만지작 거리며 괜한 생각을 한다. 

그래, 이건 다, 오늘의 기력이 다한 내 마음 탓이다.

잠이나 자자. 

내일의 힘은 내일 얻으면 되지 뭐. 

내일의 대한 기대는 오늘의 위한 보조배터리라 해두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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