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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May 03. 2016

시간은 뒤로만 가는 게 아니야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가고, 멈춰 서있기도 한단다'

3개월치 밀린 신문을 몰아봤다. 지난 100여일 간의 시간들이 조금은 먼 시간처럼 느끼지도 했다. 신문을 방치한지 나름 '3개월밖에' 안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신문은 시간의 간격이 멀어진 만큼 다른 색을 띄고 있었다. 그것은 참 신기한 광경이었다. 얼마되지 않은 것들에게도 나름의 머금은 시간이 존재한다.


신문을 정리하고, 다시 읽어볼 만한 것들을 오려서 날짜도 꼼꼼이 적었다. 파일함에 담곤 몸을 일으켜 또, 침대로 기어들어왔다. 비가 오는 창문을 흘깃거렸다. 바람이 세차게도 분다는 친구의 말은 거짓이 아닌 듯 이따금 창문의 아우성도 곁 들려왔다. 


침대에 누워 노래들 찾아들었다. 오늘 몰아본 신문에서 접했던 밴드들, 예를 들면 O.O.O, 빌리카터, 노선택과 소울소스, 딜런, 바비빌. 바빠서 듣지 못한던 음악들을 발견하곤 나니 왜인지 마음에 생생한 기운이 가득찬 것만 같았다. 김창완이 3월즈음 냈다던 싱글 '시간'을 들을 땐 신문에 쳐박혀있던 고개를 한껏 들어댔다. 어쩜 이런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싶었던 탓이다. 김창완은 '시간'을 통해 말한다. 


시간은 화살처럼 앞으로 달려가거나 
차창 밖 풍경처럼 한결같이 
뒤로만 가는 게 아니야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가고 
멈춰 서있기도 한단다 
더 늦기 전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

네가 머뭇거리면 시간도 멈추지 
후회할 때 시간은 거꾸로 가는 거야 
잊지 마라
시간이 거꾸로 간다 해도 
그렇게 후회해도 사랑했던 순간이 
영원한 보석이라는 것을


요즘 연 닿은지 꽤 오래된 친구들을 만날 때에면 괜스레 눈물이 나곤 한다. 시간과 세월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흐르는 모든 것들에 마음이 울렁인다. 작은 문장 하나에도 마음을 내준다. 작은 사물의 흔적에도 괜스레 울멍한 눈을 하게 된지 오래됐다.  


창밖에는 30층은 넘게 올라선다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초등학교 있는데, 꼭 그렇게 높은 아파트를 지어야 하나?' '공사 소리는 또 어떻고?' 불평들의 본심은 이거다. 저 높은 아파트가 또 지어질 때면, 나의 생애도 조금은 사그라들고 있을 거라는 생각. 그건 단순히 나이에 비례한 것은 아니다. 나의 불안한 마음 탓이다. 무엇도 이뤄낸 것 없는 지금의 흔들거림과 나의 안정을 지속적으로 바래야 하는 누군가에 대한 안쓰러움이 뒤범벅된, 그 마음 탓이다. 


그러니까, '시간은 앞으로도, 뒤로도 가고, 멈춰 서기도 한단다'는 이 마음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내 마음에 달려있다는 다른 표현일지라도 좋다. 그래, 이런 노랫말 하나 있다면 난 결국 금세 툭 털고 나설 의지를 조금 움켜쥐게 되는 것이다. 삶은 어쩌면 그러한 움켜쥠의 연속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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