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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나혜 Nov 26. 2023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난 이런 방송이 싫다!

잘못된 제도 속에서 더는 '생존법'을 가르치지 마라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좌절하는 이유는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다. 낮은 성적의 학생이 서울대 의대에 가고 싶어 하는 건, 철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러지 않으면 차별을 당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존중받는 삶'이 모두에게 허락되지 않음을 경험한다. 학교가 그렇게 가르쳤지 않은가. 사회에서 존중받기 위해서는 꼭대기로 가야 한다고. 존중은 성적 좋은 사람에게 허용된다고. 공부를 못하면 게으른 사람이 되는 곳. 노동을 '성적 낮은 것들이 하는 짓'과 '성적 좋은 분들이 하는 일'로 나누는 곳. 그곳이 지금 우리의 학교다. 그곳에서 우리는 협력하기도 전에 등급을 배운다. 대화하기도 전에 경쟁을 배운다. 주변을 살피기도 전에 우월감을 배운다.


  이 방송은 학생들을 끊임없이 좌절하게 하는 제도 속에서, '생존법'을 상품으로 내걸었다. 스타강사들은 학생을 냉철하게 분석한다. 패널들은 "도와주겠다"며 응원한다. 학생은 눈물을 흘린다. 스승과 제자의 의지로, 꼴찌가 1등을 쟁취하는 이야기. 사교육 현장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신화다. 그 신화를 '방송'이 만들고 있다.


  방송은 영향력이 크다. TV 시청률이 예전만큼 높지 않더라도 말이다. 방송이 전파라는 희소한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이유도 공공성 때문이지 않은가. 이때, 돈을 벌어야 하는 TV 방송은 무엇을 상품으로 내놓아야 할까. 입시제도 속에서 좌절하는 학생? 단번에 학생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유명스타강사?


 결국 방송은 학생의 성적을 8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려놓는 기적을 보여줄 것이다. 그 후에는 더 심각한 감정상태의 다음 도전자, 더 극적인 감동스토리를 보여줄 것이다. 그러니까 이 방송은 지금의 입시제도에 힘을 부여하고, 좌절하고 있는 학생들을 채찍질하고 있다. 진짜 방송이 이러면 안 된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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