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입국 ~7일 차
"헤이, 다니. 블루베리 좋아해?"
"응, 그럼! 왜?"
"그냥 이거 일하다 만든 건데 한 번 먹어보라고 가져왔어, 블루베리 스콘."
"우와!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맛있겠다. 고마워."
건네받은 투명한 컨테이너에서 스콘을 한 입 꺼내 베어 물자 스콘을 둘러싼 슈가 코팅이 바스라진다.
타지에서 처음 맞는 낯선 이의 따뜻한 호의와, 눈앞을 가득 메우는 밴쿠버의 콜 하버 바다와, 그리고 머리칼을 기분 좋게 흔들고 지나가는 선선한 미풍까지, 뭐랄까 마치 이 순간만큼은 나를 에워싼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새로운 여정을 축하해 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얼마 만에 느끼는 평화로움인지! 한국에서 그토록 갈망하고 쫓았던 평안함을 여기서는 이 스콘 한 조각에 거저 누리고 있자니 허탈함과 기쁨이 미묘하게 섞여 옅은 미소로 떠올랐다.
'아, 나 진짜 캐나다오길 잘했나 봐.'
"내가 너에 대해서 많이 알진 못하지만… 주어진 삶에 안주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너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 고찰하고, 또 그 끝에 한 번 결정을 내리면 쥐고 있던 것도 과감히 내려놓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게 인간적으로 너무 멋있다고 생각해. 처음 만났을 때 너가 말한 것처럼 여기서 너가 하고 싶은 거 다해볼 수 있길 바래. 그 누구도 무엇도 너가 나아가는 길을 막지 못하도록, 꼭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 여기 캐나다잖아! 그러기엔 여기가 딱이라구ㅎㅎ"
이 녀석은 나를 안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내가 듣고 싶던 말만 골라하는지. 아니 어쩌면 누가 봐도 내가 정말 그렇게 멋있는 사람인 걸까?
스콘을 와작와작 두 입 세 입 베어 물며 지난날들을 다시금 회상해 본다.
사고 싶었던 걸 갖게 되면, 연애를 하게 되면,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다 보면, 사람들과 재밌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새로운 취미를 만들면? (클라이밍은 그래도 나름 재밌었다.), 욕심부리지 말고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안다면, 그냥 내가 문제인 것 같으니 심리상담을 꾸준히 받다 보면, 아니 다 필요 없고 이런 게 인생인 거라고 인정해 버리고 받아들이면.
그럼 행복하지 않을까?
행복하지 않았다.
다만 순간의 얕은 즐거움이나 위안에 불과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손바닥만 한 스콘에 깊은 행복을 느끼고 있는 지금이 웃기고 허탈하고 기쁘고 어쩐지 그냥 어이가 없기도 해서 고개를 들어 바다 먼 곳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말인데 다니, 이번에 친구들이랑 공원에서 피크닉 할 건데 너도 올래?"
"그래 좋아!"
왠지 모든 게 잘 풀릴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입국 1주일 차.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다.
“헤이 다니! 행복하니?”
안 좋을 게 뭐가 있겠어.
일도 안 하겠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아침엔 낯선 이국의 새소리에 깨고.
통장 잔고가 남아 있는 한 크게 걱정할 것도 없겠다, 그래 행복해, 너무 행복해!
그래서, 이제 뭐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