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탓이야
나의 감정은, 도무지 앞뒤 생각이라는 것이 없었다. 마치 감당이 되지 않는 4~5살 어린 아이처럼 순 자기 멋대로 날뛰기 일쑤였다. 그 안에서 다치고, 피를 보는 건 어김없이 ‘관계’라는 이름표를 단 존재들이었다.
나는 내가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창 유행했던 MBTI로 따지면 나는 대문자 T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위한 상담사를 꿈꾸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남을 공감하거나 위로하는 것에 서툴렀다. 비난하고, 분석하고, 냉정한 것이 오히려 나다운 모습이라면 모습이었다.
나는 내가 하는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쏟아냈다. 거기엔 차가운 이성만 담겨도 아픈 것을, 내 손아귀에 잡히지 않는 고삐도 풀려있었다.
“나는 너에게 이런 점이 서운해. 그래서, 나를 이렇게 대했으면 좋겠어.”
라고, 전해져야 할 말은, 차마 여기에 쓸 수도 없는 욕으로 시작되어 상대방을 향해 쏟아졌다. 서로 얻어지는 것 없이 상처만 남는 결과가 초래되기 일쑤였다.
나의 진심이, 사실은 그렇게 날카롭지 않다는 것을 아는 몇 명의 사람들은 제발 나에게 말을 조심하라고, 네 진심이 왜곡되어 전해지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내게 조언했고, 때로는 나와 차를 나누며 나의 본심을 물어보기도 했지만, 나는 그들에게 시원스러운 답을 줄 수 없었다.
왜냐고? 나도 모르겠으니까. 나도 모르는 새, 튀어나오는 말이고, 내가 익숙한 방법이고, 나도 감당이 되지 않는 감정이니까. 불쑥불쑥 터져 나오는 감정을 이렇게라도 터트리지 않으면 내 속이 곯아버려 미칠 것 같았으니까.
관계는 점점 엉망이 되어갔다. 관계가 엉망이 되어갈수록 그에 대한 원인을 제공한 나 역시 편할 리 없었다. 왜 이럴까, 왜 그럴까, 숱하게 묻던 의문을 나는 끝내 집어던졌다. 관계 파탄의 원인을 나에게 두고 싶지 않았다.
다, 당신들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