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작은 생명은 죽어가고 있었다. 몸은 마르고, 회색빛의 털은 제 빛을 잃은 채 군데군데 뭉쳐 있었고, 한쪽 다리는 제대로 딛지도 못했다.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축 늘어진 몸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눈은, 정확히 내 눈을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나와 눈을 마주치던 생명이었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건네는 '나 여기 있어요'라는 신호처럼, 아니면 단지 더는 물러설 곳이 없어 내게 매달린 것처럼, 그 눈은 깊고 선명하게 나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던 눈은, 분명 살아있었다.
흙먼지와 상처 사이로도 도드라지던 그 눈동자에는, 확실히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 의지가 있었다. 살고 싶다고, 아직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상처 입어서 아무도 데려가려고 하지 않아요. 벌써 며칠째인지….”
누군가 말했다. 짐작컨대 보호소 직원이었을 것이다. 지친 듯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말 뒤에는 묵직한 선언이 따라왔다.
“내일이면 뭐,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말의 끝은 조용했지만,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지금 데려가지 않으면, 그에 대한 책임은 너에게도 있다, 고 하는 말 같았다. 마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운명처럼, 이 순간의 결정이 단 한 생명의 삶과 죽음을 나눈다는 것을, 조용한 목소리가 너무도 분명히 알려주고 있었다.
집에서 쫓겨났는지, 쫓아 나왔는지, 제 발로 걸어 나왔는지에 대해선 추측할 수 없었다. 다만, 확실했던 건, 이 작은 생명이 거리에서 보기 힘든 품종이라는 것이었고, 누군가에 의해 중성화가 되어있었다는 것이었다.
한 때 누군가의 소유였던 생명은, 지금, 철저히 혼자였다. 누구도 찾지 않았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수줍고, 호기심이 많아 보였다. 처음 내 손에 얼굴을 들이밀 때조차, 경계보다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먼저였다. 길거리 생명들에게 당하면 당하는 대로, 제대로 된 방어를 했다고 보기도 힘들 만큼, 어딘가 너무 순하고 연약한 존재였다. 그래서 더 크게 다쳤을 것이다. 몸보다 마음이 더 많이 다쳤을지도 모른다. 그 생명을 흔들고 있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상처만은 아니었으리라.
나는 나도 모르게,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치유될 수 없는 흉진 아픔이.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상처들, 그저 세상이 너무 거칠어 다쳐버린 존재. 그래서, 나는 너를 품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너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보다 먼저, 나 자신을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살고 싶다고 말하는 네 눈을, 내가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은 너의 삶이 내 삶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너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