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날을 기억해?
어느 날, 엄마가 가슴에 뭔가 잡힌다고 했을 때를.
우린 다 별일 아닐 거라 생각했어.
“혹시 모르니 병원에 가보자”는 말에도,
그때만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잖아.
그런데 의사가 모니터를 가리키며,
“모양이 좋지 않네요. 조직검사를 해봐야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공기 속에서 무언가 꺾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
나는 숨이 조금 가빠졌고, 엄마는 고개를 아주 작게 끄덕였지.
며칠 뒤, 결과가 나왔어.
엄마의 병명은 유방암이었어.
유전과는 전혀 관련 없는, 예고 없이 찾아온 병.
그 말을 들은 순간, 엄마의 어깨가 조금 내려앉았어.
그 순간을 나는 잊을 수 없어.
엄마의 그 표정이, 아마 내 평생 본 가장 무력한 얼굴이었을 거야.
그런데, 엄마….
나는 그 사실을 듣자마자 이상하게 화가 났어.
이 암은 스트레스로 인한 거라고 했으니까.
스트레스?
받아도 내가 더 받지 않았나?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나보다 더?
그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으면서,
이 병마저 나를 투명하게 만들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왔어.
항상 그랬어.
엄마는 겉으로 봐도 나보다 마르고 약해 보여서
사람들은 엄마에게 연민의 시선을 더 건넸어.
그 시선 속에서 나는 늘 뒷전이었고,
엄마의 아픔은 언제나 나의 아픔보다 먼저였어.
그래서였을까.
엄마의 병은, 이상하게도 나를 더 상처 입게 만들었어.
그래서 나는 도망쳤어.
엄마의 아픈 몸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어.
병실의 공기는 차갑게 말라 있었고,
나는 그 공기에 오래 머물 수 없었어.
엄마는, 그 아픔 속에서도 혼자였을 거야.
그리고 나는, 그 외로움을 함께 지지 못한 사람이야.
나는 알아. 내가 나쁜 딸이라는 걸.
하지만 엄마, 나를 더 나쁘게 만드는 건,
그 일을 아직도 후회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야.
그때로 돌아가도, 나는 아마 또 피했을 거야.
엄마보다 내가 더 무너져 있었기 때문이었어.
내 상처가 너무 깊어서, 엄마를 안을 힘조차 없었어.
미안해.
나에게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가 봐.
엄마의 병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엄마를 품는 법을 배우기 위해.
그러니까 엄마, 그 시간을 조금만 더 기다려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