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여깄어(5)

by 무연

엄마, 그날을 기억해?

우리가 함께 일본을 수도 없이 갔던 날들을.

처음엔 내가 유학을 시작했을 때,

어렸던 나를 챙기려고 며칠 동안 일본에 머물다

내가 잘 지내는지 직접 보고 돌아갔던 엄마였어.

그게 시작이었지.

그 후로 엄마는 자주 일본에 왔고,

내가 일본어를 술술 하게 됐을 때,

엄마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곤 했어.

유학을 끝내고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왔을 때, 나는 이미 많이 무너져 있었어.

그런 나를 보면서 엄마는 나의 휴식을 핑계로

“일본에 다녀오자”라고 했지.

그때 아빠도 있었지만,

엄마는 나를 조금 더 챙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걸 나는 알고 있어.

2박 3일, 때로는 3박 4일.

엄마는 기꺼이 나와 함께 그 여행길에 올랐어.

엄마, 나는 엄마가 내 손을 잡고

설레는 골목길을 함께 걸었던 그 감촉을 잊지 않아.

시장 골목에서 먹었던 닭꼬치,

밤하늘 아래서 바라본 네온사인,

그리고 일본어를 자연스럽게 쓰는 나를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엄마.

그때 엄마의 눈에는 꾸짖음도, 기대도, 실망도 없었어.

그저 “내 딸”이라는 애정만이 가득했어.

엄마, 그게 내가 엄마에게 바랐던 거야.

특별한 게 아니라,

그저 이렇게 나란히 걷고,

쇼핑백을 함께 들고,

사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순간.

그게 나를 살게 했어.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서도

여전히 무너진 일상을 살았지만,

그 기억이 실낱같은 희망이 되어

내 하루를 버티게 했다는 거, 알아?

엄마, 언젠가 또 나와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그때도 거리낌 없이 나의 손을 꼭 잡아줘.

그 손을 놓지만 않는다면,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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