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기억해?
내가 처음으로 엄마의 품에 떠나 독립했던 날을.
나는 엄마의 품에서만 벗어나면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거라 믿었어.
하루가 멀다 하고 나를 옭아매는 엄마라는 존재만 사라지면,
내 숨이 트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시작한 독립이었어.
엄마가 서울을 떠나 거제로 내려갔을 때,
나는 그 빈자리를 자유로 채웠지.
처음으로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주는 힘은
나를 현혹했고, 나는 마음껏 그 힘을 시험했어.
엄마 없이도 나는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
스스로 일어서서, 엄마의 도움 없이도 서 있을 수 있다고.
그런데, 그래야 했는데….
나는 천천히, 때로는 너무 빠르게 무너져 내렸어.
회복은 쉽지 않았고,
아픔만이 몰려오는 밤을 홀로 견뎌야 했어.
그 밤들은 길었고, 적막했고, 나를 잠식했어.
차마 엄마에게는 말할 수 없었어.
그때의 나는 이해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엄마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내 알량한 자존심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거든.
엄마, 그런 나의 이야기를 나중에 듣고 아팠어?
나의 아픔이 엄마를 아프게 했어?
나는 제발 그러지 않았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론 내 아픔이 엄마에게 짙게 남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어.
아직도 나는, 내가 아파야만
엄마의 시선이 나에게 머문다고 믿는 걸까.
엄마, 그렇지 않을 거지?
내가 건강해도, 웃고 있어도,
언제나 나를 봐줄 거지?
그 믿음이 나를 살게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 믿음이 너무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