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날을 기억해?
내가 두 번째 자해를 하고 나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스스로 말했던 날을.
그때 나는 솔직히 놀랐어.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엄마가 아무 말 없이 따라줬다는 게.
그때 엄마 마음이 어땠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혹시 나를 달래서 다시 바이올린을 그만두지 못하게 하려는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내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랐을까.
아마 둘 다였을지도 모르겠지.
정신과 치료와 함께 나는 미술치료를 시작했어.
평소엔 늘 혼자 하는 작업이었는데,
그날은 치료사가 엄마를 함께 부르더니
“오늘은 같이 작업을 해보죠”라고 했어.
그리고 석고붕대를 꺼내더니
엄마 손에 쥐여주면서 내 손 위에 천천히 감싸달라고 했어.
나는 엄마, 그 순간이 아직도 선명해.
엄마의 손길은 투박했지만, 이상하게도 따뜻했어.
치료사가 “딸의 손을 만져보니 어때요?” 하고 묻자,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천천히 흘렀어.
나는 그 눈물의 이유를 물어보지 않았어.
아직도, 그 진심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내가 있는 것 같아.
그때 엄마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
아마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그날 나는 다른 건 바라지 않았어.
엄마의 시선, 그리고 그 손길.
그거면 충분했어.
그때의 나는, 그것이 필요했어.
그러나 엄마, 왜 그런 순간들이 우리 사이에 너무 드물었을까.
그날의 손길이, 왜 나를 지켜주지 못했을까.
그 질문이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석고처럼 굳은 채 풀리지 않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