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날을 기억해?
아빠는 직장이 멀어서 따로 살았고,
엄마는 나를 더 좋은 환경에서 지내게 하겠다며 외가로 데리고 갔던 시절을.
그땐 말 그대로 주말부부였지.
대부분의 주말엔 아빠가 외가로 왔지만,
어떤 날은 아빠가 오기 번거롭다며,
엄마가 아빠 있는 곳으로 가서 자고 오는 날이 있었어.
그 주말, 나는 혼자 외가에 남겨졌어.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때 나는 엄마와 아빠에게 버려진 느낌이었어.
아무리 내 존재를 알리려고 해도, 손이 닿지 않는 것 같은.
내 옆에는 밥이 있었고, 옷이 있었고, 할머니도 있었고, 필요한 건 다 있었지만….
엄마는 없었어.
그 한시적인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그게 전부처럼 느껴졌어.
낯선 집의 마루는 낮에도 서늘했고,
벽시계 초침 소리는 이상할 만큼 크게 들렸어.
창밖에서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그 소리를 들을수록 나는 더 조용해졌어.
혹시 엄마 발걸음 소리를 놓칠까 봐,
괜히 숨소리까지 줄였던 것 같아.
그러나 저녁이 되어 부엌에서 밥 냄새가 퍼질 때쯤,
나는 그날 하루도 엄마의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어.
그 깨달음이 찾아오는 순간, 마음속 어디가 뚝 하고 꺾였어.
그게 서운함인지, 외로움인지, 아니면 단념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감정이 나를 아주 깊이 눌렀어.
엄마, 그래도 나는 내색하지 않았어.
엄마도, 아빠도 힘든 가운데 있다는 걸 너무 빨리 눈치챘거든.
잘했다고 해줘.
그런데 말이야, 엄마. 나는, 나 혼자 앓았어.
그때는 그러면 될 줄 알았어.
말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고, 기다리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을 거라 믿었어.
하지만 엄마, 나는 그때 이미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어.
당신의 품에서, 당신의 눈에서,
당신의 마음에서.
그 주말의 정적은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어.
가끔 아무 소리 없는 오후가 오면,
나는 다시 그때의 아이가 돼.
조심스럽게 문밖을 내다보지만,
발자국 소리는 들리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