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날을 기억해?
그 조그맣던 아이가, 꼼지락거리던 손으로 처음 바이올린을 잡았을 때를.
아마 우리의 질기고도 질긴 악연은 그날부터 시작됐을 거야.
엄마는 활을 쥐고 있는 나를 사랑했어. 현 위에서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움직이면, 엄마는 나를 자랑스러워했고, 그때만큼은 내 이름을 부드럽게 불렀지.
그래서 나는 그만두는 게 무서웠어.
하기 싫다고 울부짖으면서도, 속으로는 버려질까 봐 두려웠어.
바이올린을 놓는 순간, 엄마도 나를 놓아버릴 것만 같았거든.
그 마음을 말하지 못한 채, 나는 점점 병이 들었어.
몸이 지쳐가고 마음이 닳아갔지만, 엄마는 그 병을 보지 않았어.
엄마 눈에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나만 있었고, 나는 그 기대를 배신할 수 없어서 더 깊이 파고들었지.
언젠가부터 나는 연주를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엄마의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연주하고 있었어.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고, 그게 나를 지켜줄 거라고 착각했어.
하지만 엄마, 그렇게 살다 보니 우리는 너무 많은 강을 건너버렸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다시 건널 수 없는 강들.
서로를 바라보지 않은 채, 다리 끝에서 등을 돌린 채.
나는 엄마의 웃음을 보고 싶었지만, 그 웃음이 나를 더 아프게 만들었어.
엄마는 내가 연주를 멈출까 두려웠겠지.
나는 엄마가 나를 멈출까 두려웠고.
우린 끝내 서로의 두려움을 말하지 않은 채 살아왔어.
엄마, 나는 나에게 많은 상처를 준 엄마를….
용서할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아직도 나는 그 답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