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참 많은 길을 돌고 돌아 우리는 지금 여기에 서있어.
우리에게 과연 순탄한 길이 있었을까?
한 번이라도 상처 없는 계절이 있었는지, 아무리 뒤돌아봐도 잘 기억나지 않아.
이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이 이렇게 사는 걸까?
그렇다면 우리는 유난스러운 게 아닐지도 모르지.
그래도, 엄마.
우리는 우리의 방식이 옳다고 믿어보자.
더 이상 멀어지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찢어지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상처 주고받지 않기 위해
우리는 그토록 애써왔잖아.
때로는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때로는 불신과 오해로 등을 돌리면서도,
결국 다시 손을 잡기 위해 발버둥쳤던 시간들.
그 노력들이 쌓여서 지금의 우리를 만든 거잖아.
엄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엄마.
언젠가는 우리의 모든 과거를 차분히 돌아보며
“그때 그랬었지” 하고 웃는 날이 반드시 오겠지.
당시에는 뼈에 사무치고, 살이 헤지는 듯한 아픔이었어도
그 날에는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생겨 있을 거라 믿어.
그 힘이, 우리를 더 오래 붙잡아 줄 거라 믿어.
먼 훗날, 엄마의 걸음이 힘에 겨워 후들거릴 때가 오면
내가 엄마를 업을게.
엄마가 나를 이끌어 준 세월만큼
나도 엄마를 지탱할게.
엄마가 나의 기둥이었듯,
나는 엄마의 든든한 기둥이 될 거야.
그 길이 멀고 험하더라도,
우리는 천천히, 그러나 함께 걸을 거야.
엄마, 우리 그렇게 걷자.
이 길이 끝나지 않기를,
아니, 설령 끝이 온다 해도
그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의 손을 놓지 않기를.
엄마, 나 여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