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날을 기억해?
모든 것이 무너진 채 엄마 곁으로 돌아왔던 날을.
한때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고,
여기로 걸음을 돌리면 나 자신에게 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느껴져.
우리는 진작에 이런 이해와 시선을 나누었어야 했을까?
아니면, 우리가 걸어온 길이 가시밭이었기에
이 시간이 더 귀하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걸까?
무엇이 되었든 상관없어.
나는 지금, 웃고 있으니까.
아침에 주방에서 밥 짓는 냄새가 스며들고,
엄마가 부르는 목소리가 방 안을 두드릴 때,
그 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감싸.
함께 손을 꼭 잡고 걷는 운동길,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
사소한 것들이지만, 그 속에 내가 오래 기다려온 온기가 있어.
이제야 나는 엄마를 한 가득 품에 안은 것 같아.
그런데 엄마, 내가 욕심이 많은 걸까?
행복해야 하는데, 마음 한쪽이 자꾸 불안해.
이제 겨우 나에게 시선을 맞춘 엄마가
다시 나를 떠나가버릴까 봐.
엄마의 이해가 불화로 변하고,
엄마의 미소가 무표정으로 굳어버릴까 봐.
그 변화는 너무 순식간이라,
나는 눈을 감고 있다가도 문득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엄마, 나는 알아.
이 불안은 당연한 거야.
나는 오랫동안 아팠으니까.
사랑이 등 돌리는 순간을 너무 많이 봤으니까.
그래도 이번엔 도망치고 싶지 않아.
천천히라도, 이 길을 가보고 싶어.
이제는 나를 품으려는 엄마의 품에
온전히 나를 맡기려고 해.
혹시 그 품이 다시 사라지더라도,
그때만큼은 내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여기서 조금 더 단단해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