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가 얼마라고?!

by 무연


서울에 살았을 때, 나는 하루걸러 하루는 기본으로 배달 음식을 먹었다. 물론 요리 실력도 있었고, 밥을 못 해 먹는 것은 아니었지만, 혼자 자취하는 사람이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이유는 한 가지이지 않겠나. 귀찮아서.

한 달의 벌어들이는 돈의, 어떤 달은 벌어들이는 돈이 없어 용돈의 대부분을 나는 배달 음식으로 소모했다. 내가 먹는 배달 음식은 다양했다. 치킨, 족발, 닭발, 초밥, 회, 감자튀김, 파스타 등등. 이런 날은 이래서, 저런 날은 저래서, 온갖 핑계를 들이대며 나를 합리화시키던 끝없는 만찬. 나는 그야말로 “민족의 배달”의 충직한 백성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옛날부터 외식은 허용했어도 배달 음식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치워야 하는 쓰레기도 그렇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도 그렇고, 대체로 배달 음식은 야식 음식이 많아 저녁을 잘 먹지 않는 엄마가 선호할 리 없었다. 요즘은 샐러드나 샌드위치, 빵과 같은 것도 배달을 해준다고 해도 강건한 엄마의 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배달? 안 돼.” 엄마의 결론은 늘 같았다.


그렇다고 내가 순순히 포기했겠나. 서울에서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 먹던 버릇이 거제에 왔다고 해서 단번에 고쳐질 리가 없었다. 아무리 다이어트를 시작했어도, 나는 밤이 되면 요동치는 배를 달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배 속에서 “치킨, 치킨, 치킨”을 합창하면, 웬만한 의지는 다 무너진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하루는, 진짜 너무 견딜 수 없어 오늘만이다, 오늘만이다, 라는 생각으로 배달 앱을 열었다. 배달 가게를 검색하는데, 여기도 이렇게 많은 가게가 있다는 사실에 행복이 와르르 몰려왔다. 와, 치킨도 있네, 곱창도 있네, 분식도 있네. 뭘 먹으면 좋을까. 아예 다 먹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차, 주소 바꿔야지. 이사 왔는데, 그대로 두면 애먼 사람이 내 곱창을 먹겠네?”


그러면 안 되지!


나는 서둘러 거제 주소로 설정을 바꾸고 다시 가게를 검색했다. 그, 런, 데.


배달이 가능한 가게 수가 확 줄어드는 게 아닌가. 이제 겨우 밤 9시가 넘었는데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고, “다음날 엽니다”로 바뀌어 있었다. 게다가 남아 있는 가게들은 손에 꼽을 정도. “아, 이 중에서 골라야 한다니…. 세상 참 각박하구나.”


그럼에도 나는 먹고 싶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결국 아주 매콤해 보이는 곱창집 한 곳을 정했다. 딱 클릭하는 순간, 화면에 떠오른 문구.


‘배달비 5천 원부터.’


……….


“아, 맞다. 나 산 위에 살지?”


다시, 다시. 다른 집은 다를 거야.


다르긴 뭐가 달라. 죄다 1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하고, 배달비는 요지부동. “내가 산꼭대기에 살아서 오토바이 기사님이 산악자전거 대회라도 나가야 하나?” 싶었다.


나는 결국 30분 내내 씨름하던 앱을 껐다. 손가락은 음식 사진 위를 배회했지만, 통장은 “오늘은 참아라” 하고, 위장은 “돈 없다니까” 하며 서로 다투다가 결국 위장이 졌다.


나는 침대에 너털너털 드러누웠다. 그렇게 그날, 통장의 잔고가 허기를 이긴 역사적인 순간이 기록되었다.



KakaoTalk_20250822_122143351.jpg 예시로 올렸습니다. 거제 시내에서는 배달료가 또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냥 우리 집이 시내에서 먼 산꼭대기라 다른 곳에 비해 더 비싼 것으로비해 추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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