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에 내려온 나는 한 가지 충족되지 않는 욕구가 있었으니, 또래가 좀처럼 눈에 안 띈다는 것이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이 아파트는 주로 서울이나 부산에 살던 노·장년층이 여유를 즐기러 내려와 정착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가끔 아파트 단지를 거닐다 보면 젊은 사람이 보이긴 했다. 하지만 이미 신혼부부거나 아기를 안고 다니는 부모. 내게는 그들과의 접점이 하나도 없었다. 30대 초반, 학생 신분을 막 마친, 애인조차 없는 나는 이 아파트에서 외로운 한 마리 까마귀였다.
청년을 만나고 싶은 열망이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던 나는 기독교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청년을 한 번에 몰아서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 = 교회를 떠올렸다. 마침 엄마가 먼저 다니고 있던 교회가 있었고, 그 교회는 젊은 목회자들 덕에 거제 청년들이 제법 모이는 곳으로 유명했다. 나이스 타이밍!
엄마 차를 타고 교회에 도착한 나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거제 사투리를 배경음 삼아 삼삼오오 모여 있는 청년들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안내자 역할을 하던 한 청년이 나를 보더니 세상 다 가진 미소로 환대했다.
“처음 오셨어요?”
“어떻게 오셨어요?”
“여행이세요?”
“계속 다니실 거예요?”
질문 폭격이 시작됐다. 나는 긴장을 숨기며 서울에서 이사 온 지 며칠 안 됐고, 청년들과 교류하고 싶어서 왔다고 설명했다. 그 청년은 ‘잘 왔다’며 교인 등록 카드를 건넸다. 내가 그 카드에 나의 인적 사항 등을 적고 있을 때였다.
“거제 어디 사세요?”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아, 내가 어디 산다고 했더라?
온라인 택배 주소조차 한 번도 안 쳐본 나는 거제 지명에 대한 데이터가 ‘0’이었다. 그래서 얼른 휴대폰을 꺼내 지도 앱에서 주소를 찾았다. 똑똑한 나, 잘했어! 라고 스스로 칭찬하며.
“옥산리요!”
꽤 당당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당당함은 곧 주변 청년들의 묘하게 난감한 표정으로 무너졌다. 청년들은 서로 수근거렸다. 옥산리? 옥산리가 어디야? 나는 거침없이 써내려가던 펜을 잠시 내려놨다. 서로 당황해 쳐다보는 이 어색한 기류에 뭐라도 설명하고 싶었다.
“그, 거제 초입에서 들어와서 아주 많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아주 적게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어디냐면….”
“사등인가?”
“고현 아니야?”
그들의 추측은 오히려 나를 더 혼란스럽게 했다. 사등이 뭔데? 고현은 어디야? 그때 나는 거제 지리에 완전 무지했으니 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결국, 외국인이 자기 동네 설명하다 포기한 모양새로 대화는 흐지부지 끝났다.
나중에 교회 일정이 끝나고 이 사실을 부모님께 이야기를 하자, 부모님은 완전 배꼽을 잡고 웃으며 나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옥산리라고 하면 누가 알아듣니?”
“그렇지만 나는 옥산리에 사는걸? 아니, 서울에서 어디에 사세요? 하면 동네 이름을 이야기하지, 뭐라고 해?”
“00아. 여기는 아파트가 별로 없어서 그냥 아파트 이름 대면 다 통해! 다음부턴 우리가 사는 아파트 이름 이야기해. 그럼 다 알아들을 거야.”
신선한 충격이 몰려왔다. 서울에서는 ‘무슨 구’나 ‘무슨 동’이면 다 알아듣고, 심지어 지하철역 이름만 대도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파트 이름을 대면? 서울은 사방이 아파트라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역 문화 차이구나. 나는 뒤늦게 몰려오는 창피함을 애써 손으로 가리며 차 뒷좌석에 몸을 파묻었다.
아…. 거제인도 모르는 옥산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