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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케맨 Jul 09. 2024

1차 기형아 검사를 받다

12주 차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가는 날이라 휴가를 썼다. 휴가인데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우리 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임에도 1차 기형아 검사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에 설렘보다 긴장감이 더 컸다. 마치 입대하던 날 같았다. 대부분 별일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 모를 일이 나에게 일어나진 않을까 하는 그런 기분말이다. 물론 나는 별일 없이 건강하게 전역했고, 우리 아이도 특이소견은 없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매일 입대하는 기분이지 않을까. 매사에 긍정적인 아내와 달리 나는 걱정로봇이다. 마냥 신기하고 좋던 날들을 지나 이제 하나둘씩 준비할 것도 생기고 구체적으로 한 생명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왜냐하면 이제 정말 사람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머리와 몸. 팔과 다리. 꿈틀꿈틀 발차기를 하며 꼼지락거리는 아이를 보는데, 내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아 눈가가 촉촉해졌다. 똑같은 화면인데도 아내가 보내주던 초음파 영상을 휴대폰으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현장감이었다.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가야 한다는 말은 아빠를 위해서 그렇다.

  검사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산모의 채혈을 뽑는 것과 초음파를 보는 것 두 가지뿐이었다. 피검사 결과는 다음 정기검사에 같이 이야기를 해준다고 했고, 초음파는 평소 의사 선생님 진료실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정밀초음파실에서 입체초음파로 자세히 봤다. 평소보다 오래 봤는데, 이 시기에 의료진이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목투명대, 코뼈, 몸길이, 양팔, 양다리, 손가락, 발가락 등 외형적으로 봤을 때 이상이 없는지를 봤다. 이때 화면 속으로 너무 귀여운 아이에게 감동받으면서도 동시에 의료진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나오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회사에도 아내의 임신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다 보니 육아를 하고 있는 팀장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자기는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부성애가 생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한다. 아이가 처음 "아빠!"를 부르며 아장아장 달려올 때,  '이 아이가 정말 내 자녀구나',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도 아직 아내를 보면서도 저 속에 다른 생명이 같이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고, 깜빡깜빡한다. 아빠에게 출산은 의식적으로 아이를 떠올려야 한다.


  과거에 사로잡힐 때가 많았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조금 더 열심히 해봤으면 어땠을까. 후회도 많았다. 아이가 생긴 후에는 앞을 보게 되었다. 우리 아이와 함께할 날들을 그리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피곤한 밤들과 고생길도 열리겠지만, 동시에 우리 아이가 나에게 줄 감동적인 순간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를 띠며 그날을 상상한다.


  아내에게 프러포즈를 할 때, "우리 아이보다 아내를 더 사랑하는 남편이 될게요."라고 했는데, 그 말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소리칠 그녀에게 미리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한다.


아이에게

엄마는 벌써 코가 너무 오뚝하지 않냐고 설레발을 떨고 있어서 정말 곤란해..

초음파실에서 너무 활발하게 움직여서 사진 찍는데 애먹었단다.

그래도 잘 노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행복하다. 엄마를 쏙 빼닮은 것 같아.

'만세!'하고 있는 모습에 검사하면서 다 같이 빵 터졌어.

덕분에 인생에서 행복한 순간이 하나 늘었네. 고마워!!

이제 귀도 생기고 우리말이 더 잘 들릴 테니까 좋은 이야기 많이 들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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