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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케맨 Jul 02. 2024

좋은 아빠는 동화책에 있다

11주 차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좋은 아빠는 동화책에나 나온다는 의미일까. 좋은 아빠가 되려면 동화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일까. 학보사 기자를 할 때, 자주 지적받던 실수가 바로 '중의적 표현을 피하라'였다. 예술작품에서는 이런 표현이 칭찬받는 경우도 있으니 인생에 정답은 없나 보다. 아무튼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최근 동화책을 사면서 들었던 생각 때문이다.


  요즘 우리 부부의 새로운 대화 주제는 좋은 부모다. 어떻게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과학유튜버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좋은 부모에 대한 정의가 먼저라고.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고작 내가 한 행동은 시집을 (가끔) 읽어주고, 최근에는 아빠 목소리로 들려주는 동화책을 한 권 샀으며, 고운 말을 쓰려고 노력하고 건강을 위해 운동과 식단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게 좋은 부모의 조건인가.


  우리 부모님은 어땠지? 엄마는 자식 넷을 키우기 위해 너무너무 고생하셨지만 정작 자녀들에게 크게 관심을 주진 않으셨다. 엄마의 성격도 한몫하는데 아빠보다 더 감정표현이 없으셨다. 그렇다면 아빠는? 지금은 아주 귀여워지셨지만, 한때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아버지였다. 집에서 담배를 피우셨고, 식사할 땐 항상 소주로 반주를 하시고, 화가 많으셨다. 그렇다고 때리거나 무논리로 혼을 내신건 아니라 지금 생각해 보면 애정표현을 그렇게 밖에 못하셨나 보다 싶다. 누나들은 더 엄하게 커서 아마 쌓인 게 많을 거다.


  그러면 우리 부모님은 나쁜 부모인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부모에 가깝다. 엄마 입장에서는 우리에게 아주 관심이 많으셨고, 말로 하지 않았을 뿐 애정이 넘쳤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직 제 앞가림을 못할 때 쓰러지셨던 아버지는 수술 후 그날로 술,  담배를 끊으시고 15kg 정도를 감량했다. 당연한 듯 누렸던 것이 부모님의 어마어마한 책임감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다 커서 직장에 다니고서야 제대로 이해했다.


  결국 부모에 대한 평가는 훗날 우리 아이가 하게 된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잘 보이기 위한 부모가 되자는 말은 아니다. 시간이 흘러 우리 아이가 답을 내릴 뿐이지 부모가 정의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지만 아이는 감동받는 순간이 있고, 나는 사랑으로 한 행동이 아이에게는 상처가 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결국 비슷한데, 아이를 키우는 게 다를 리가 없다. 이렇게 겁도 많고 걱정도 많은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의기소침해지지만 우리 아내가 잘해줄 것이다. 나는 가끔 이런 대책 없는 마음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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