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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꼬비 Sep 18. 2019

수영은 못해도 물놀이는 재밌어

흣쨔


               

오늘의 중요한 일정 중 하나, ‘루프탑에서 수영하기’를 실행할 시간이다! 쿠알라룸푸르 구경으로 낮을 보내고, 해가 지고 있을 때쯤 숙소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었다.    

모두 변신 완료! 이제, 수영장으로 가자!

모시는 물안경과 방수 팩을, 꿀밤은 열쇠를, 나는 액션 캠을, 마지막으로 수건을 손에 쥔 채 숙소를 나섰다.

근데 수영장이 어디지? 우린 로비까지 와서야 수영장 위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멍- 어떡하지…     


"야, 그러고 보니 수영복 입은 사람들 따라가면 되지 않냐?"

"그러게!"

수영장을 찾아라! 세 명의 수영복 탐정단은 쪼롬히 서서 주변을 관찰했다. 뚜뚜뚜- 목표물이 나타났다! 그들 뒤에 조심스럽게 따라붙은 우리는 수영장을 찾을 생각에 한껏 들떴다. 히히, 신난다. 어라, … 잠깐만. 그들을 따라간 곳은 숙소의 다른 동.(아파트 구조라 숙소는 여러 건물이 모여 있는 구조였다.) 오, 이런. 그들은 수영하러 가는 게 아니라 다 하고 집에 가는 것이 아닌가! 어떡하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15분 뒤.

여전히 수영복만 입은 채로 숙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우리는 결국 경비 아저씨께 다가갔다. 1층 로비에 빨간 옷을 입고 무서운 표정을 한 경비 아저씨. 모시, 더듬더듬한 영어로 수영장을 물어본다.    

굳어 있던 그의 얼굴이 활짝 바뀌며 우리에게 길을 알려 주었다. 저기 저쪽으로 가면, 수영장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카드를 찍고 올라가면 된다고. 땡큐, 땡큐! 아 착한 분이셨다.     


수영장 전용 엘리베이터. 두둥. 숙소 엘리베이터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버튼은 꼭대기 층 하나만 누를 수 있고, 문은 앞뒤로 되어 있고. 우리는 한껏 긴장한 채 카드를 찍고 버튼을 눌렀다.

[꼭대기]

슈우우우웅-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겁이 많은 모시와 꿀밤은 서로를 꼭 껴안으며 소리를 질러댔다.

"악악- 너무 빨라!"

처음에 빠른 속도로 잠깐 놀란 후로는 평온해진 나는 둘을 구경하며 얼른 도착하길 기다렸다. 흐흐, 엘리베이터에서 콩콩 살짝 뛰어주는 건 이 겁쟁이들을 놀리는 센스. 후훗    

※ 살짝 과장해서 표현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찡긋


띵- 엘리베이터 도착이다. 문이 열리자 저 멀리 깜깜한 밤하늘 사이에 반짝반짝 빛나는 야경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가까이엔 그 풍경을 보며 헤엄치는 사람들. 루프탑 수영장에 도착했다.    


신발과 수건을 한쪽에 정리해두고 한 명씩 물에 들어갔다.

모시, 풍덩,

꿀밤, 풍덩,

흣쨔, 꼬로로록.


그렇다. 난 수영을 못한다. 세 명 중 유일하게 수영을 못하는 나를 보며 모시와 꿀밤은 고민에 잠기기 시작했다.

"흣쨔. 랑카위 가서 스노클링 하려면 수영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러게. 야, 우리, 얘 강습해주자. 물에 뜨는 거부터 해보자."

둘은 갑자기 날 영차영차 옮기더니 몸에 힘을 빼보라고 했다. 하지만 꼬로로록.

"힘 빼, 흣쨔, 힘 빼!"

꼬로로록. "힘이 안 빠져..."

그렇게 날 띄우길 15분쯤 시도했을까, (나 포함)셋은 날 포기했으며 그냥 참방참방 놀기 시작했다. 모시는 물안경을 끼고 수영장 끝에서 끝까지 헤엄치고, 꿀밤도 같이 참방참방. 난 수영장 끝에 매달려 숨 참기를 해댔다. 깔깔.    




모두 몸이 피곤해졌을 때쯤 물에서 나와 몸을 닦고, 물을 또옥 또옥 떨어뜨리며 숙소로 돌아왔다.

수영은 못해도 물놀이는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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