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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무엇을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안 할지다.

by Dan Lee

나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들이 그렇지 않을 것보다 셀 수 없이 많다. 아직은 단순히 나이를 먹어가는 것 몸이 늙어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적다. 물론 아직 그렇다 하게 이룬 것이 없음에 스스로 탄식이 나오긴 하지만...


역시나 25년이 시작되었고 아직 잠자리에 들어 아침이 오진 않았지만 시간상 1월도 지났다. 월초 싱가포르에 5일 정도 여행을 했고 지난주 구정을 쉬고 나니 1월이 언제 시작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한 달을 보냈다.


여전히 일은 일대로 바쁘다. 정말로 하고 싶은 않은 일을 하는데 그나마 운이 좋고 성실한 탓에 사업 계획 대비 크게 상회하는 결과를 맞이하면서 할 일이 더 많아지고 챙겨야 할 것들이 더 많아졌다. 딱히 반가운 일은 아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를 오기 전까지 약 15년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직장을 다녔다. 물론 그 과정은 역경과 고난이 따르긴 했으나 항상 기회가 주어지거나 찾아가는 노력을 통해 매번 신나고 삶과 구분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는 뭐 그런 느낌으로... 그러나 막 3년이 넘어가는 이곳에서는 단순하고 기계적으로 일들을 해 나가고 있다. 감정 또는 열정 같은 거 없이 정말 일로써만 9시부터 6시까지 1분 1초의 낭비 없이... 그러고 보니 단순히 웹서핑이나 동영상을 보는 등 사적인 행동을 한 기억이 없다.


짧은 견해지만 쉽게 말해 삶과 일을 구분해서도 먹고사는 것에는 지장이 없다. 혹은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겠다.


새해를 의미 있게 맞이하기 위해 의례 것 신년 목표 세우기를 하게 된다. 올해는 뭔가 있어 보이게 보여주기를 위한 정리가 아니라 가볍게 리스트를 만들어 보고 있다. 그 리스트는 싱가포르 강에서 크루즈를 타고 연신 열심히 설명하는 가이드의 설명을 뒤로하고 멍하니 풍경을 느끼는 중에 문득 머리를 스친 것으로 스스로 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 정리하는 것이다.


항상 빈 곳에 채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운데 살았는데 차라리 빈 것이 낫지 오물이 가득한 그릇이었다면 그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참 재미있는 일이다. 뭐가 그리 잘나서 스스로를 보지 못하고 살았는지.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안 하는 재미가 올해는 가득하기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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