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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삶 Nov 17. 2018

미국에서 삼시세끼 해먹고 살기

한국인은 역시 밥심이지요.

난 작년 초 결혼 이후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하루아침에 서울사는 직장인에서 주부가 되어버렸다. 결혼 생활에 대해 다양한 로망은 있었지만 그것이 ‘미국에서’가 될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다행히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가끔 식사 준비를 함께 했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음식을 하는 것에 대해 친근했지만 도와줄 사람이 누구도 없는, 그것도 미국에서 하루에 세 끼를 준비하는 것은 막막했다.

그래도 남편이 결혼 훨씬 전부터 나의 미국 적응을 위해 걱정하고 노력하고 준비하고 있었으므로 하나하나 남편의 도움아래 미국 생활에 어서 적응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미국에서 장보기는’ 그런 내게 주어진 주부로서의 첫번째 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는, 내가 사는 서부에는 장을 볼 수 있는 마트가 여러 개가 있다. 우리는 Safeway를 보통 일반적으로 간단한 음식재료를 사러 갈 때 이용한다. Wholefoods는 유기농 위주의 식품, 화장품, 의류까지 파는 곳인데 우리의 경우 과일을 살 때 홀푸드를 간다. 이 외에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트인 Trader Joe’s는 대부분의 제품이 자체제작되어 저렴한데다가 제품 포장을 보는 즐거움도 있고 (난 여기만 가면 진짜 로컬 미국마트에 온 것 같아 신난다.) 훨씬 다양한 것들을 보는 즐거움. 특히나 여기는 냉동식품들이 정말 다 맛있다. 중국식 오렌지치킨이나 한국식 LA갈비, 파전도 있고 마카롱과 같은 그런 디저트류를 사기에도 딱이다!


결혼 초 Safeway에서 과일을 사면서 신중한 모습


어쨌든 이런 미국의 마트들은 과일이나 채소가 한국보다 좀 더 저렴한 것 같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나 혼자 먹을 것들을 사면 이,삼주에 3-4만원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결코 싸지 않다. 심지어 저녁만 해 먹었는데도!) 그게 과일이나 야채값이 꽤 비싸서 그랬던 것 같다. 그치만 미국에서 야채나 과일은 상대적으로 사 먹기에 부담이 없다. 또한 하도 여러 인종이 살다보니 미국 마트에서도 한국 컵라면이나 김치 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음식, 소스들을 살 수 있어 시도할 수 있는 음식의 범위가 넓어진다.

반대로 밖에서 외식하는 것은 한국이 훨씬 저렴하다. 음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의 경우 미국 음식점에서는 음식값의 많으면 18~20%를 팁으로 내야하므로 두 명이 저녁식사를 한다면 적어도 50-60불 (60,000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외식이라고 해봐야 비슷하다. 버거, 외국음식들, 가끔은 한국식 자장면 정도?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런 나에게 무슨 요리든 일관된 레시피를 찾을 수 있는 백주부 레시피는 정말 최고였다. 고기반찬부터 가지각색 국까지 없는 요리가 없고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따라하다보니 어느새 한식요리가 조금씩 익숙해져갔다. 그리고 워낙 한식의 베이스가 장류, 고춧가루, 다진마늘로 이루어진 콜라보레이션이기 때문에 하면 할수록 감을 알아간다고 해야하나.. 그랬다.


각종 밑반찬부터 양념치킨까지.. 외국에서 사니 별걸 다 해먹게 된다.


대충 미국마트에서 살 수 있는 재료들이 있는가 반면에 고추장, 된장, 국간장처럼 한인마켓에서만 사야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H마트를 갔다. H마트는 미국에 있는 한인마켓 체인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뉴욕부터 전 미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지역에는 한국마트나 교포마켓처럼 작은 마트들도 있지만 요즈음엔 잘 정돈되고 관리되는 H마트가 가기가 편했다. 큰 사이즈로 파는 김치나 김, 장류, 해산물, 한국 과자나 음료, 한국산 두부나 만들기 어려운 여러 양념들까지 우린 이 H마트에서 사곤 한다. 가끔은 말린 시래기나 버섯종류까지 사서 요리하기도 했다.

실리콘 밸리에서 즐길 수 있는 작은 즐거움 중 하나는 지인들만 있다면 여러 회사의 점심식사를 먹어볼 수 있다는 것인데 우리는 그래서 가끔 남편의 회사에서 점심을 먹는다. 가끔이라고 해봤자 두 달에 한 번 쯤이지만 그래도 평소엔 독박육아에다가 코로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모르겠는 아기와 함께하는 점심시간에 남편의 도움아래에서 내가 만들지 않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참 큰 리프레시가 된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남편 회사의 카페에서 커피랑 디저트까지 테이크아웃해서 딱 그렇게 집에 도착하면 얼마나 하루를 넘길 힘이 나는지! 불끈불끈!

남편 회사! 종종 고마워요:)


미국에서 마치 미국답지 않게 평소엔 한식을 해먹고 아주 가끔 남편 회사에서 밥을 먹고 우리는 그렇게 산다. 그러다가 주말에는 서브웨이 샌드위치나 버거, 멕시칸(치폴레), 일식, 중식, 지중해식 혹은 한식일지라도 두 번정도 부담스럽지 않은 한에서 외식한다.

나는 사실 특별히 한국에서 먹고사는 것과 미국에서 먹고사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국에서 본격적인 주부인생을 살지 않아서 그런지 혹은 정말로 두 나라 간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에서 주부로 있으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음식을 서로 나눌 친정과 시댁이 없다는 것. 같은 나이 또래의 미국에 사는 한국인 주부들과는 시도하는 음식이나 그 난이도가 비슷한데 확실히 어머님이나 엄마가 오셔서 해주시는 음식이나 그 재료는 내 요리인생에서 아직 시도하지 못한 것이나 하기 어려운 것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보다 훨씬 숙련자인 어머니들께 요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는게 참 아쉽다.


미국 마트에서 파는 LA갈비 수준!!


그럼에도 종종 내가 미국에서 이런 독특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에 참 감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구나처럼 한국에서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어가기보다는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이런 저런 일들 겪어보고, 그러면서 한국 내 나라에 대한 소중함이나 그리움도 다시금 생각하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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