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참 좋아하는 <쇼코의 미소>의 작가의 말.
서른 살 여름, 종로 반디앤루니스 한국소설 코너에 서 있던 내 모습을 기억한다. 나는 안 되는 걸까, 한참을 서서 움직이지 못하던 내 모습을.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삶은 멀리 있었고, 점점 더 멀어지는 중이었다. 이 년간 여러 공모전에 소설을 투고했지만 당선은커녕 심사평에서도 거론되지 못했다. 그해 봄 애써서 썼던 <쇼코의 미소>도 한 공모전 예심에서 미끄러졌다.
가끔 글쓰기에 해이해지고 게을러질 때면 그때 그렇게 울었던 나의 마음을 떠올렸다. 이생에서 진실로 하고 싶었던 일은 이것뿐이었다. 망상이고 환상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등단 이후, 오래 짝사랑해온 사람과 연애하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 한 문장, 한 단락, 한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그 자체로 행복할 수 있었다. 몇 시간이고 책상에 앉아 고작 몇 줄을 쓰는 그 지지부진한 시간들이 나를 살아 있는 사람으로 살게 했다. 몰두해서 글을 쓸 때만 치유되는 부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