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를 1000번 말해보았습니다.(2)
감사의 기분을 느끼면서 반복하는 말의 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30분이면 '1,000번쯤 '감사합니다'를 넉넉히 중얼거릴 수 있다. 대체로 나는 집안일을 하면서 '감사합니다'를 반복한다. 그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를 중얼거리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 없고, 가만히 앉아 입으로만 외고만 있기엔 시간이 아까웠다. 입으론 중얼거리며 손으로 책상 주변을 치우기 시작한 것이, 방, 거실, 온 집을 휘젓고 다니면서 청소하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이제 나는 운전을 하면서, 설거지를 하면서, 청소기를 돌리면서, 빨래를 개면서 '감사합니다'를 중얼거린다. 이젠 더이상 개수기로 1,000번인지 세지도 않는다. 꼭 1,000번이어야 할 까닭도 없거니와, 어림잡아도 1,000번은 족히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유튜브를 보면서 집안일을 했다. 일 하는 김에 틀어두는 것이였는데도 영상에 집중하게 되면 정작 일하던 손이 멈추는 경우가 많았다. 10분이면 마칠 일을 영상을 틀고 하면 20분이 넘게 걸리기도 했다. 또, 집안일에 드는 시간과 영상의 길이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았다. 영상이 먼저 끝나버리기도 했다. 그럴 땐 일을 멈추고 이어서 볼 영상을 찾아야 했다. 적절한 길이와 내용을 갖춘 영상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일이 끝나면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마저 봤다. 물론 보던 영상만 마저 보고 일어서긴 참 어렵다. 추천 영상들을 훝으며 시간을 버리게 되는 일이 잦았다. 문제점은 알았지만 유튜브없이 집안일만 하고 있기는 여전히 아쉬웠다.
이젠 그런 시간에 '감사합니다'를 중얼거린다. 남편과 있을 때는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린다. 티나지 않을 만큼만. 뭘 중얼거리냐고 물어보면 답하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를 중얼거리는 거라고하면 남편은 날 어떻게 쳐다볼까? 하하하. 난감하다. 혼자 있을 땐 제대로 소리내어 '감사합니다'라고 명확하게 말한다. 높낮이를 높였다가 낮춰보기도 하고, 어떤 상황들을 생각하며 말해보기도 한다. 명랑한 목소리로 말해보기도 하고, 차분하게, 예의바르게 말해보기도 한다. 누군가 자리를 양보해주었을 때,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줬을 때, 문을 잡아줬을 때, 물건을 주워줬을 때의 '감사합니다'를 떠올린다. 그럼 높낮이가 낮아지기도 하고, 높아지기도 한다. 생각만 하는 건데도 나도 모르게 고개를 까딱하면서 미소를 짓고 말하기도 한다. 정말로 이것이 무의식에 감사를 반복해서 입력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나는 감사하는 순간의 감정, 기분을 떠올리고 느껴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누가 그렇게 말해준 건 아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연구 결과 같은 것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명확히 그렇게 느낀다. 그냥 불경 외듯 중얼거리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어린이집 하원 길에 잠시 반찬을 찾으러 갔을 때, 이모님이 반찬을 담아두지 않으셔서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평소에도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성격은 아니라, '네, 천천히 하세요' 라고 말했다. 그 순간 놀면 뭐하나 싶어 '감사합니다'를 속으로 중얼거렸다. 문득 가게 앞에 세워둔 차에 시선이 갔다. 멍 때리고 있느니 차 내부나 정리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평소 차 안을 정리하고 다니는 성격이 아니라서 자질구레한 물건과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앞 좌석, 뒷 자석을 오가면서 물건들을 정리하고 버릴 건 종이 가방에 모았다. 물론 입으로는 '감사합니다'를 중얼거렸다. 정리를 다 하고 다시 가게로 돌아왔는데도 이모님은 아직도 주방에서 나오시질 않았다. 진열된 반찬들을 구경하면서 이모님을 기다렸다. 그 중 양파김치가 눈에 띄었다. '양파 김치는 무슨 맛일까, 하나 사볼까?'싶어, 남편에게 '자긴 양파 김치 먹어 봤어?'라고 카톡을 보냈다. 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모님이 나오셔서 가방에 반찬을 담아 주셨다. 많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이모님께 '덕분에 차 안을 좀 정리했네요. 맛있는 반찬 항상 감사해요.'라고 대답했다. 이모님이 반찬을 담으시다가 휙돌아 진열장으로 가시더니 양파김치를 집어오셨다. 내가 쳐다보고 있던 그 양파 김치를. '이거 안먹어봤죠? 한 번 먹어봐요.' 하시면서. 나는 솔직히 놀랐다. 서비스야 가끔 챙겨주시기도 하시지만 그 많은 반찬 중에서, 어떻게 그걸 집으셨지?
또 다른 날엔 남편과 미용실에 들렀다 외식을 하고 아울렛을 둘러보기로 했었다. 식당이 유명한 곳이라 점심인데도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다. 아이 하원 시간에 맞춰 돌아갈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아울렛에 간다고 마음에 드는 옷을 찾을거란 보장도 없었다. 기다리는 김에 시간도 때울 겸 근처 보세 가게에 가볍게 들렀다. 그곳에서 딱 내가 사려던 스타일의 옷을 찾게 되었다. 계산을 마치자, 거짓말처럼 식당에서 자리가 생겼다는 전화가 왔다. 무려 40분이나 기다렸는데도 쇼핑 덕에 즐겁게 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울렛에 가지 않아도 되니 식사 후 카페에 들러 남편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집에 와 가계부를 쓰면서 그 보세 가게의 이름이 '세렌디피티(우연한 행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너무 딱 맞아 떨어지는 기분 좋은 일들이 요즘 반복된다. 물론 내가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다. 단지 요즘 유난히 운이 좋은 것일 수도 있고. 하지만 난 이 모든 일이 '감사합니다'를 반복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믿는다. '감사합니다'를 반복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순간만큼은 주변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게 보인다. 돈이 들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아서 당분간은 계속 하지 싶다. 당신의 삶에도 '세렌디피티'가 찾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