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도라도 입양이 가능할까?"
우리 부부가 입양을 하게 되면서 자주 이야기했던 부분이다. 입양 카페에서도 신입 회원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센터와 의논해보시는 게 가장 적절하다.
그래도 궁금하실 테니 내가 아는 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보자. 입양에서 경제적 부분은 사실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진 않는다. '아이를 양육하기에 충분한 재산'이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 충분함의 기준은 다를 수 있다. 일단 입양 부모는 등기부 등본 또는 전세 계약서, 은행 잔액 증명서, 보험료 납입 증명서, 원천징수 영수증, 또는 소득 금액 증명서 등을 제출한다. 대출이나 주식, 연금 등이 있다면 이런 것도 모두. 경제 관련 구비서류가 생각보다 많다.
이를 바탕으로 법원은 부동산, 보험, 주식, 대출, 자동차나 저축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두고 판단한다. 대출이 있다고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다. 요즘 대출없는 가정이 어디 있을까? 이 경우, 월 소득액을 바탕으로 대출을 얼마나 상환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일이 중요하다. 집이 자가가 아니어도 괜찮다. 그런 경우 경제적 능력(근로 가능 연수나 월 수입 등.)을 함께 고려해 법원에서 판단하는 듯하다. 사는 지역에 따라서 경제적 풍요도가 다른 점도 고려 대상이 되는 듯하다.
우리도 매우 여유롭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입양에 경제적인 부분이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처음엔 차라도 새로 뽑아야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새차가 좀 더 그럴싸해보이긴 할테지만 차를 사면 그만큼 대출이 늘거나 저축액이 줄어드니 별 의미가 없어 포기했다.
법원에 제출할 서류에는 집안 사진들도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 아이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야 했다. 우리는 집안 사진들과 함께 작은방을 아이방으로 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당분간 아기는 잠은 우리와 함께 침실에서, 일상 생활은 거실에서 할 예정이라 바로 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아이용 가구를 사거나 방을 꾸미지는 않았다. 복지사님도 그런 사진을 보고 별 말씀이 따로 없으셔서 그대로 법원에 제출했다. 나중에 카페를 통해 미리 아이방을 멋지게 꾸민 글을 보았다. 뒤늦게 저렇게 했어야 했나 싶어 걱정했지만 무리없이 입양이 허가되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적지않은 돈이 드는 시대이다. 저출산의 시대라는데도 사람들은 그래도 여전히 아이를 낳아 기른다. 아이를 먹이고 입히는 데 돈 쓰기를 아끼지 않는다. 오히려 더 해주지 못함을 안타까워한다. 그 마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친정엄마가 내게 했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갈무리하겠다.
"니가 쌀밥 먹으면, 자식도 쌀밥 먹이고, 니가 밀가루 죽 먹으면 자식도 밀가루 죽 먹는 거야. 그게 가족이야. 네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면 돼. 그게 부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