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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Aug 07. 2022

9. 입양부모를 철저히 검증하려면.

*이전 같은 제목으로 발행되었던 글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 앞뒤를 잘라 두 편으로 재발행하고 내용을 약간 수정하였습니다. 


 서류를 준비하면서 난 입양특례법과 기관입양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아졌었다. 입양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가족이나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기관 입양의 철저함을 자주 강조했었다. 나는 입양특례법은 예비 입양 부모가 아닌 입양아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와 절차라고 말하고 다녔다. 주변엔 나만큼 입양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없었으니 모두들 내 말을 신뢰했다. 나는 이렇게까지 사람을 탈탈 터는데, 입양에 문제가 있을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 탈탈 털리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우리 부부가 아이를 키우기에 적합하다는 것을 공인받은 것 같아 나름의 자부심을 만들어주었다. 복지사님이 우리에게 서류 준비를 부탁하시면서 하신 말씀이기도 했다. 예비 입양 부모로서는 서류 준비가 복잡해보이시겠지만, 그만큼 입양 부모를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뉴스로 보도되는 대부분의 입양 가정의 범죄는 민법에 의한 양자 입양이나 친양자 입양의 경우라고 하셨다. 

  이런 주장은 2021년 발생한 정인이 사건으로 힘을 잃었다. 정인이는 입양특례법에 의한 기관입양으로 입양된 아이었다. 우리딸과 비슷한 또래라 정인이가 내게 올 수도 있었을 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입양 절차를 겪어본 우리로선 더더욱 그 가정의 입양 허가가 이해되지 않았다. 서류 뿐 아니라, 이후 여러 차례 가정 방문과 면담, 하루가 꼬박 걸린 종합 심리 검사와 면담을 통한 심리 전문가의 의견 첨부가 있었을것이다. 그 악마성이 왜 그 과정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을까. 그 부부가 이 모든 과정을 문제 없이 통과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같은 과정을 겪어 입양을 한 당사자로서 이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 일을 겪으면서 입양 부모의 검증을 더욱 철저히 해야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물론 나도 입양 부모이므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부모가 아이를 입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현재의 검증에서 뭘 더해야 그들의 무사 통과를 막을 수 있었을지에 대해 고민해 보자면 답이 쉽게 나오진 않는다. 법원에서 요구한 서류들을 떼면서 난 내가 존재함으로써 뗄 수 있는 서류는 모두 다 떼었다고 느꼈다. 서류를 더 하는 것은 이 상황에서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정말 무엇이 더 필요했던 걸까? 심리 검사도 이미 '풀세트'라고 할만큼 온갖 검사를 총망라하고 있다. 싸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검사 같은 게 있다면 그런 거라도 도입시켜야하는 게 아닐까? 어쩌면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입양가정에서 아동학대가 0%가 되긴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답답해졌다. 세상 어떤 곳에도 0%라는 건 없으니까. 단지 우린 최선을 다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입양아들이 누구보다 행복해지길 바라니까. 

  나도 많은 고민을 해보았지만 지금으로선 입양 관련 교육 이수 시간을 늘이고 입양 후 교육을 의무화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예비 입양 부모들에게 더 부담이 되더라도 입양 전, 다양한 사례와 경험 교류 등의 교육이 보충될 필요가 있다. 입양 전, 다양한 교육을 통해 자신의 입양을 긍정적, 환상적으로만 상상하지 않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에서 예비 입양 부모가 입양을 포기하게 되더라도 말이다. 자신이 없다면 시작 전에 링에서 내려오게 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 아동들에겐 어떤 보육 시설보다 가정에서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학대 가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또 현재로선 의무 과정이 아닌 입양 후 교육도 사례에 따라 의무화해 진행하면 좋겠다. 입양 교육 자체의 의미도 크겠지만, 교육을 계속 받다보면 입양 부모들 사이의 커뮤니티가 더 단단해져 양육에 훨씬 도움을 받기 쉽다. 

  나 역시 언젠가 둘째를 입양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또 나는 탈탈 털리겠지만, 기꺼이 그 과정을 겪어 내겠다. 더 나은 방법을 사회가 찾아낸다면 기꺼이 그 검증에 응하겠다. 더 번거로워지더라도 이유불문하고 모두 해내고야 말겠다. 다시 하게 된다면, 저번처럼 마음이 복잡할 것 같지도 않다. 

  마지막으로 정인이 사건은 입양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아동 학대라는 사건의 본질을 흐린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번 학대 신고를 있었음에도 아이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동 학대 신고 시스템의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이 사건이 사회 시스템 재정비의 계기가 되어 제 2, 3의 아동 학대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돕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말하고 싶다. 입양 가족으로서 무엇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입양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는 것이 염려스럽다. 그런 인식에 가장 상처받는 건 바로 우리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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