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롤 Sep 15. 2023

43. "엄마, 사랑이는 다른 사람이 낳았지?"

 4개월에 제게 와 이제 다섯살이 된 딸아이가 조금씩 입양을 알아갑니다. 아이가 입양을 알아가는 과정을 기록해두려고 합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집에 있는 액자들을 여기저기 끌어와 가지고 논다. 잠옷 바람으로 머리카락은 있는대로 엉클어져 있다. 액자 하나를 들고 내게 다가와 묻는다.

  "여기는 왜 내가 없어?

  난임 끝에 힐링 여행으로 갔던 이 하와이 여행 쯤엔 딸아이도 생기기도 전이었겠다고 생각하면서 답을 이어갔다.

  "우리 사랑이가 태어나기 전이니까 그렇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사랑이는 엄마 뱃속에 없었는데?"

  "그럼 아빠 뱃속에 있을 때?"

  "아빠 뱃속에도 없었는데?"

  "그럼?"

  "아마 아직 누구 뱃속에도 없었을 걸? 그땐 너무 옛날이거든."

  "다른 사람 뱃속에?"

  "아니 그보다도 더 옛날에~ 많이 옛날이야."

  "다른 사람 뱃속에도 없었어?"

  "응. 사랑이가 생기기도 전에."

  "엄마, 사랑이는 다른 사람이 낳았지?"

  어느새 이렇게 컸을까? 이젠 입양이 무엇인진 정확히 모르지만 내가 자신을 낳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아이도 안다. 점점 진실에 가까워지는 아이를 멍하게 보다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아이 앞에 섰다. 명랑한 목소리로 아이에게 답했다.

  "응. 다른 엄마가 낳았지. 사랑이도 이제 알지? 사랑이는 엄마가 안낳았어도 엄마랑 살지?"

  "응."

  "엄마랑 살아서 행복하지?"

  "응."

  "사랑인 엄마 딸이지?"

  "응."

  "그럼 됐네~ 하이파이브!"

 

  아이를 평소보다 꽉 안아준다. 엄마가 어릴 때 날 가끔 그렇게 안아줬던 것처럼. 아이가 '으어~~' 소리를 내면서 웃는다. 그럼 된 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