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롤 Sep 19. 2023

44. 동생도 사랑이처럼 오면 되지.

낯익은 분들의 라이킷이 반가웠습니다.

다시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출산 시대라는데 내 주변엔 둘 이상을 키우는 집이 많다. 아이 하원길에 선생님께서 사랑이가 동생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자기만 동생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고 하셨다. 예전에 몇 번 물었지만, 매번 단호하게 동생은 싫다던 아이인데 요샌 마음이 다른가 싶어 저녁에 슬며시 물었다.

  "사랑아, 사랑이는 동생 안 갖고 싶어?"

  "응, 안 갖고 싶어."

  "$$이랑 ##이는 동생 있잖아, 아기."

  "응, 사랑이는 안 갖고 싶어."

 단호하다. 그런데 왜 유치원에서는 그랬을까?

  "아기들 보면 이쁘잖아. 아니야?"

  "이뻐, 근데 시끄러워. 엄마 뱃속에 애기 있어?"

  이 말 하나에  마음이 덜컥한다. 혹시 내가 아이를 낳으면 자신과 차별할까 겁나 동생이 싫다는 걸까?

  "아니, 사랑이가 동생 갖고 싶으면 아빠랑 이야기해 보고 우리 복지사님한테 가보면 되지. 복지사님한테 가서 사랑이 동생 데려와야지. 엄마는 아기 안 낳아."

  "아니야, 싫어."

  "사랑이가 우리 집에 온 것처럼, 동생도 오면 되지."

  "아니야, 싫어."

  "그럼 엄마가 낳아?"

  "아니, 싫어."

  "동생이 싫어?"

  "응, 난 이거면 돼."

  아기 인형을 소파에다 턱 내려놓더니 젖병을 물리기 시작했다.

  "사랑이도 엄마가 이렇게 우유 줬어?"

  "그렇지~ 사랑이는 그렇게 누워서 안 먹어서 엄마가 안아서 먹였지. 내려놓으면 엄청 울었어~"

  "이렇게?"

  한 손으로 인형의 엉덩이를 받치고, 젖병을 물리는 폼이 그럴듯했다.

  "응, 그렇게."

  "무거웠겠다."

  "안 무거웠어."

  "아기사랑이는 안 무거웠어?"

  "응, 하나도 안 무거웠지. 다섯 살 사랑이는 엄청 무겁지~~"

  아이를 번쩍 안아 뱅그르르 돌려봤다. 정말 이제 팔다리도 길쭉길쭉한게 어린이가 다 됐다. 그래, 이만큼 키운다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다시 육아라니,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사랑아, 그럼 우린 엄마랑 아빠랑 사랑이랑 셋이만 살자~, 동생은 귀엽지만 울고 귀찮을 때도 많아."

  "응."

  그새 색칠하기로 종목을 바꾼 아이는 내 말에 큰 관심도 없이 건성으로 답하고 자기 할 일에 바빴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과 사랑이 동생 이야기를 나눴다. 우린 둘째 계획이 없다. 동생은 싫다던 아이가 유치원에서 아기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자기만 동생이 없다고 삐졌다는 이야기에 남편도 의아해했다. 혹시 입양이 이유는 아닐까, 걱정한 일은 어른의 지나친 걱정일 거라고 결론 내렸다. 그렇게 깊게 생각하기엔 아이가 아직은 어리고, 입양해서도 동생은 싫다니 이쯤에서 넘기기로 했다. 당장 눈앞에 보인 친구 동생이 너무 귀여웠던 걸로.


** 사랑이는 딸아이의 애칭입니다. 아이를 자주 '사랑아~', 하고 부릅니다.

'우리 00이는 엄마가 사랑이라고 이름을 지을걸 잘못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하고 말해주면 엄청 좋아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