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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Apr 30. 2019

3. 꼭 뭘 하려고 하면 이러더라

습관에 앞서 내 몸이 주는 저항

  꾸르륵, 꼬르륵.

  게으름이 발동거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늘은 새벽 기상 2일차이다. 어제 10시에 잠들었으니, 벌써 7시간을 취침했다. 물론 조금 뒤척이다 잠들었지만 그정도는 견딜만 할 것이다. 가뿐하게 일어나 양치를 한다. 오늘도 계단 오르기를 한다. 어제 지하 1층에서 25층까지 올랐다. 오늘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지하 1층으로 한 번 더 내려갔다 집까지 걸어올라오기로 했다. 한바퀴 반을 움직이는 셈이다. 내 최종 목표는 두바퀴 반이다.

   물을 한 잔 마시고 옷을 갈아 입는다. 보통 아침 운동을 위해 운동복을 미리 입고 자라, 옆에 두고 자라는 조언을 한다. 나도 그렇게 해본 적도 있다. 지금 생각은 달라졌다. 늦게 자니 비몽사몽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취침 시간이 더 중요하다. 일찍 자면, 일어나는 일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다. 자는 양을 줄이겠다면 힘들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 목표는 일찍 일어나는 일이다. 잠자는 양은 그대로 유지한다. 7시간. 그래서 나는 가뿐히 일어나고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운동을 나간다.

   계단을 20층쯤 올랐을 때 배에 신호가 왔다. 그 신호다. 이렇게 일찍 신호가 오지는 않는데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냥 무시하고 예정된 운동을 마무리하고 왔다. 배 속이 전쟁통 같다. 꼬르륵, 꾸르르르르, 꾸우-웅. 남편에게 들려주기 민망할만한 다양한 소리가 난다. 새벽부터 몇 번이나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던지 더이상 화장실이 가고 싶지도 않다. 오전에 내과에 가서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럴 땐 배가 고프지도 않다. 하루 종일 굶다 바나나 하나를 먹었다. 그것 좀 먹었다고 또 화장실을 수시로 들락거린다. 저녁부터는 오한이 들고 몸살처럼 아팠다.


  내일 아침 5시에 일어날 수 있을까? 아픈데도 그 생각이 드니 자괴감이 들었다. 늘 이런 식이었다. 꼭 뭘 하려고 하면 어딘가 아팠다. 건강은 30년 넘게 이런 순간 나를 끄집어 내렸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을 해보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도 여기 있었다. 건강해야 뭐든 이룬다. 겨우 이틀 했을 뿐인데 작심 삼일이 될 모양새였다. 누가 들어도 인정해줄만한 변명거리지 않나. 회복이 먼저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않겠다.
이번엔 이 패턴을 바꾸고 말겠다.


  고민 끝에 나는 내일 아침도 5시에 일어나기로 마음먹었다. 작심 삼일로 끝낼 수는 없다. 어차피 아프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거의 잠만 자고 쉬었다. 피곤해 못일어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일단 무조건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일어나 힘들면 양치를 하고 따뜻한 물을 좀 마셔보기로 했다. 운동은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대체한다. 스트레칭까지 했는데도 피곤하면 다시 자기로 했다. 다시 자도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평소처럼 10시에 잠들었다.


   나의 의지가 1승을 거뒀다. 나는 다음날 새벽 5시에 똑같이 일어났다. 아직 장염의 기운이 남아있었다. 양치를 하고 따뜻한 물을 끓여 연거푸 2잔을 천천히 마셨다. 배에 핫팩을 대고 물을 마시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핸드폰을 보며 마시다가 마음을 고쳐 먹었다. 겨우 폰이나 뒤적이려고 아픈 몸으로 이 시간에 일어났나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읽기 편한 에세이집을 꺼내 들었다.

  운동은 스트레칭을 중심으로 했다. 유튜브에 아침 스트레칭을 검색했다. 유튜버의 동작을 훔쳐보며 따라했다. 주먹을 쥐고 배도 문질렀다. 꽤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일기장에 오늘의 일을 간단히 기록했다. 목표 3일차 칸에 동그라미를 쳤다. 이 동그라미를 66개 완성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그래 나는 해냈지.
이제 너따위에게 지지 않아.
나는 강해질거야.


    뱃속이 복잡하니 머리속도 복잡한가보다. 집중이 되지 않아 글은 쓸 수 없었다. 대신 평소 읽고 싶었던 에세이집을 읽었다. 그래도 5시에 일어났는데 아침 8시까지는 깨어있고 싶었다. 8시까지 책을 읽고 다시 잤다. 일어나니 9시 반이었다. 만약 새벽 5시에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아프다고 9시쯤 일어났을 것이다. 일어나보니 새벽 일이 꿈 같았다. 내 의지는 단단해졌고, 나는 더 단호해졌다. 오늘까지는 푹 쉴 것이다. 장염은 물러가라. 너는 나를 무너뜨릴 수 없으니.  




  습관을 만드는 66일동안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는 건 환상이다. 끊임없이 방해받을 것이다.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다짐하자. 꼭 필요한 습관은 지키고, 그 안에서 유연성을 발휘하자. 그럼에도 해냈다는 성취감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스스로를 실망시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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