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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May 10. 2019

9. 나 혼자 일어나는 게 아니야?

함께하는 습관의 힘

새벽 5시 나만의 고요한 시간.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



  새벽에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기 때문이다. 말을 거는 가족도 없고, 전화나 문자 메시지가 오지도 않는다. 새벽 5시는 고요히,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이다. 나는 이제 막 이 시간의 마력에 빠져들고 있는 중이었다.


  알람이 울리면, 남편이 짜증내기 전에 빨리 알람을 끈다. 조용히 이불 밖을 나와 침실을 나온다. 양치를 하고, 물을 마신다. 운동을 하거나 글을 쓴다. 일주일 정도 이런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거실 커튼을 열어도 밖은 아직 어둡다. 절로 마음이 차분해진다.

  

  일주일이 딱 지나자, 생각하지 못했던 변화가 생겨났다.

  갑자기 방문이 열리고 남편이 나타났다. 그전에도 남편은 몇 번 새벽에 일어나 거실을 한 번씩 내다보곤 했다. 내게 엄지 손을 치켜올려주고 화장실로 들어가 볼일을 보고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예전같이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침실로 돌아가지 않고 물을 따라 마신다. 앉는다? 왜?

 

   왜? 목말랐어?

   아니, 나도 책 읽게


  갑자기 남편이 책을 꺼내 들고 식탁에 앉는다. 결혼 전 책을 즐겨하지 않았었는데, 나와 살다보니 도서관에도 다니고, 이젠 책도 곧잘 읽는다. 지금 남편이 읽는 책은 고영성, 신영준의 완벽한 공부법이다. 남편은 꼬박 40분을 앉아 책을 읽고 출근했다.


  처음엔 이 변화가 낮설었다. 혼자 있는 나만의 시간이 없어져버린 것 같아 아쉬웠다. 갑작스런 남편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남편의 행동은 하루만에 그치지 않았다. 꾸준히 남편은 아침 5시 기상을 실천했다. 우리는 이제 함께 일어나서 이불을 정리하고, 침실과 거실의 커튼을 걷고 양치를 한다. 이제 식탁에 함께 앉아 책을 읽는다. 뭔가 매우 발전하는 부부의 모습이 되었달까. 나의 5시 기상이 남편에게 이런 영향을 주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남편은 내 알람 소리에 항상 잠이 깼다 다시 잠들었다고 했다. 일주일 사이 남편도 5시에 한번 정신을 차렸다 다시 잠드는 일을 반복하면서 나도 일어나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일을 하고 온 저녁에는 책을 읽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면서 읽고 있는 책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도 한 몫 했다고 한다. 한 사람의 변화는 다른 사람의 변화를 이끈다. 부부는 함께 사니까, 서로 닮아갈수밖에 없는 걸지도 모르지.


  이제 남편의 5시 기상은 완벽히 자리잡았다. 오히려 내가 일어나기 힘들어지는 때는 남편이 먼저 일어나 책을 읽고 있기도 한다. 침실 창문을 열어 차가운 바람을 쐬게 해주거나, 칫솔을 챙겨와 먼저 입에 물려주기도 한다.-그걸 물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남편이 게을러지는 나를 바로 세워줄 때마다 함께 습관을 완성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는다.



혼자 습관을 계속 했다면 무뎌지고, 게을러지는 나를 감당키 어려웠을 것이다. 진작에 예전의 나로 돌아가 있었을 것이다. 사람에게도 주기가 있어 가끔 흐트러졌다가, 정신을 차리는 일을 반복한다. 이때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면 습관을 완성해나가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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