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5AM 클럽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롤 May 11. 2019

10. 알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새벽 4시 42분.

아직 알람이 울리기까지 10분 하고도 3분이 더 남았다. 조금 더 잘 수 있다. 땡큐 갓.



  며칠째 일어나기에 실패하면서, 조금 더 깊게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왜 나는 일어나지 못하는가. 아침에 할 일을 명확히 정해놓았음에도. 일찍 잠들었음에도. 수면의 질에 문제가 없었음에도. 무엇이 문제인가. 새벽 기상은 다시 어려워진다. 새벽기상이라는 녀석은 종합예술과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한다. 모든 톱니가 걸쳐져 굴러간다. 하나를 해결하고 나면 다른 하나가 삐끗하고, 금세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처음 새벽 기상 습관 만들기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쓸거리가 뭐 있겠나 생각했다. 막상 시작하니 아주 무궁무진하게 글감을 제공해주고 있다. 감사한 일인지. 쩜쩜쩜.


  요 며칠간 다시 찾아낸 문제점은 이것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새벽 기상을 해야한다는 사실은 나의 뇌에 입력되어 있는 듯 하다. 그래서 4시에서 5시 언저리쯤 '이제 곧 기상이지 않아?'하는 신호가 뇌에 들어온다. 그래서 한번의 수면 패턴(약 90분 가량)이 끝나고 다음 수면 패턴으로 진입하기 전 나는 잠에서 한 번 깨게 되어 있다. 이게 대체로 4시 반에서 5시 사이인데, 문제는 알람이 울리기 전이라는 것에 있다. 이순신 장군이 '저에게는 아직 13척의 배가 남아 있다'고 외친 것 마냥, 나에게는 아직 십 몇여분의 잘 시간이 남은 것이다. 그래서 잠결에 목을 들어 시계를 보곤 다시 잠드는 상황이 연출된다. 어김 없이 4시 55분에 알람이 울리는데, 그땐 이미 잠의  새로운 패턴이 다시 시작된 후이다. 잠을 깨는 일은 어려움에 부딪친다. 이 때 기상에 실패한다면, 여기서부터 90분 가량이 지난 6시 넘어쯤에 잠이 한번 더 깨게 되고, 이때를 실패하면 7시 반쯤에야 잠을 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수면 패턴이 딱 90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의 패턴은 분명 그 언저리인 것을 이제 몸으로 안다. 문제는 6시 넘어라도 일어나면 되는데, 그땐 이미 5시 기상이라는 목표에 실패했기 때문에, 그냥 더 자자는 마음이 든다. 그러고 나면 나의 출근 준비 마지막 시간인 7시쯤 일어나는 일은 고역이 된다. 한참 깊은 잠의 마지막을 잡고 있을 때이기 때문이다. 깊은 잠에서 나를 억지로 끌어 올리면서, 아침부터 패배감이 드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자, 그럼 이제 해결책을 말씀드리겠다. 무조건, 잠과 잠 사이에 깨겠다고 다짐하라. 매일의 컨디션에 따라, 잠의 질에 따라, 잠든 시각에 따라 잠의 패턴은 달라지고 눈을 뜨게 되는 시간도 달라진다는 것을 인정하자.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일임을 깨닫자. 잠과 잠 사이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는 그 순간이 일어날 순간이다. 알람을 믿고 다시 잠들지 말라.

 

  이 해결책에는 두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첫 번째는 저절로 눈이 떠져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새벽 기상을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이 글이 매거진의 시작이 아닌 중간에서 안내된다는 점에 주목하자. 이미 새벽기상을 적어도 2주 가량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잠깨기에 다시 실패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방법이다. 보통 사람은 새벽 4-5시에 눈이 떠지지 않는다. 눈이 떠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습관이 시작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면, 습관은 완성된다. 두 번째는 5초 안에 기상해야 한다는 점이다. '5, 4, 3, 2, 1, 기상'이다. 5초가 지나면, 우리의 뇌는 어떤 변명 거리를 찾아내게 되어 있다. 그 전에 기상해야 한다. 무슨 생각이 떠오르기도 전에 일어난다. '때는 지금이야'라고 느낀다면 미련 없이 일어나자. 그 '때'를 놓치면 한시간 반이 훌쩍 지나간다.


 이러다 보니, 새벽 5시 기상도 스스로 대견해했는데, 이제 4시 45분 근처(빠르면 4시 20분)에 일어나게 된다. 알람보다 먼저 일어나 양치를 하고 물을 마시라. 뒤늦게 울린 알람을 여유롭게 끄는 즐거움을 느끼라. 4시 55분으로 기상시간을 고정해놓을 때보다 이 편이 훨씬 쉽다. 물론 일어나는 순간은 언제나 어렵다. 항상 이것을 인정하라. 하지만 깊은 잠의 중간에 깨게 된다면 깬다고 해도 계속 해서 졸려서, 어쩌면 다시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가게 됨을 기억하자.


 


  새벽 기상은 나에게 '나만의 시간'을 선물 해줄 뿐 아니라,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당신의 수면 패턴을 파악해보자. 수면에 관한 책을 함께 읽는 것도 매우 유용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9. 나 혼자 일어나는 게 아니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