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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May 13. 2019

11. 주말이 너무 길다

5am 클럽 입성자가 주말을 맞이하는 법

  주말이다. 

  주말이 너. 무. 길다. 

 


 

  우리부부는 고양이를 키우면서부터 동물 관련 프로그램과 유튜브를 즐겨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말에 '동물농장' 프로그램을 본방사수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동물농장은 9시 30분에 시작하는데, 그 시간을 맞춰 일어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주말이니까, 뭔가 보상 심리 같은 것이 작용했다. 10시는 거뜬히 넘기고 침실을 나온다. 아침 겸 점심을 '브런치'라는 이름을 붙여 먹는다. 아침을 먹고 정리하고 나면 12시가 넘어 있었다. 어떨 땐 배가 고파서 더이상 잘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자기도 했다. 그런 날은 12시가 넘어서야 침대 밖을 나왔다. 어영부영 하다보면, 오후 3시가 넘어 있었다. 결혼식이나 가족 행사가 있는 날이 아니고서는 주말은 늘 이런 패턴이었다. 시간을 '죽이는'날. 딱 그 표현이 알맞았다.  


  하지만 이제 우리 부부는 다르다.  5AM 클럽에 가입한 이후 생활의 변화는 주말에도 이어진다. 5시 기상이 주는 만족감은 습관을 강화시킨다. 습관이라서가 아니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이 좋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주말이라고 기상 시간을 미룰 이유가 없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각자 책을 읽는다. 신랑이 제안한 산책을 나선다. 새벽 6시, 아직 새벽의 기운이 남은 밖은 상쾌하다. 남편과 평소에 가지 않는 먼 곳까지 걸어갔다와도 아직 마트 문이 열려 있지 않아 그냥 돌아왔다. 집에서 간단하게 음식을 해서 아침을 먹다가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

"지금 시계 봐."


  아직 7시가 겨우 넘었을 뿐인데, 아침을 먹고 있었다. 이 주말에 둘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출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러고 있는 것이 갑자기 우스웠다. 이전의 우리가 생각났다. 이 변화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온 것인가?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책을 조금 더 읽다가 멀리까지 드라이브를 가보기로 했다. 8시 반쯤 집을 나섰다. 평소 사람들이 붐비는 공원에도 아직은 한가하기만 하다. 남편과 실컷 사진도 찍고, 근처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서 걸었다. 주말에 꽃구경을 나가고 싶었는데, 이렇게 여유롭게 걷게 될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한참을 걷고, 웃고, 사진도 찍고, 진지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집에 돌아오는데 아직 점심시간이 되지 않았다. 처음엔 점심은 외식을 하려고 했는데, 한참 구경을 하고도 점심을 먹기에는 시간이 너무 일렀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봐다가 둘이서 육수까지 내가며, 정성을 들여 점심을 해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낮잠을 잤다. 따로 주말을 즐기고 싶다면, 한시간 반 정도의 낮잠으로 충분하다. 밤수면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면 오후 3시 이전이 적당하다. 


  자고 일어나도 하루가 많이 남았다. 이젠 우리 무얼 하지? 시간이 남으니, 할 일을 찾기 시작했다. 갑자기 신발장을 정리하고, 고양이와 놀아주고, 책을 읽고, 상부 싱크대를 닦았다. 5시에 일어나면, 삶이 이래서 정돈되는건가, 싶다. 




  우리 부부에게 이제 주말은 너무 길다. 일찍 일어났으니 하루가 길어지는건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막상 이런 주말을 맞이하면 남다른 기쁨이 생긴다. 주말엔 따로 할 일을 만들어 하기도 하고, 둘만의 산책을 즐기기도 한다. 이제까지 숨어있던 시간을 찾아낸 기분이 든다. 평일에 아침 시간을 갖게 된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여러분도 하루 빨리 나와 같은 주말을 맞이하시기를 바란다.


그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 매트릭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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