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13일차부터 시작되었다. 아침 기상벨이 울리자 일어나기 귀찮은 느낌이 들었다. 잠깐 고민하다가 일어났다. 잠깐은 10분이었다. 하지만 이날 습관 달력에 이렇게 메모되어 있다.
13)일어나기 귀찮은 느낌. 살짝 한계가 온 느낌이었는데 잘 넘겼다. 이런 날이 이쯤 있는게 정상이다. 잘 견뎠다.
그리고 계단 오르기와 명상, 독서를 잘하고 하루가 넘어갔다. 잠시 고비가 왔는데 이미 잘 넘겼다고 생각했다.
14일차 새벽. 2시 꿈을 꾸다 깨었다. 이 꿈은 글의 소재로 쓰면 좋겠다. 핸드폰으로 간단히 메모를 하고 잠들었다. 5시 벨이 울렸다. 스프링처럼 튀어나가 컴퓨터를 켜고 꿈의 내용을 적어놨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6시 반이 넘었는데 졸...린다. 조... 쇼파 끝에서 갑자기 웅크렸다. 너무 졸린다. 한참을 그렇게 쪼그리고 잤다. 발끝이 시려왔다.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나의 문제 파악에 들어갔다. 운동을 빼먹었다. 그래서 잠이 제대로 깨지 못한 것이다. 지난 12일동안 놀랄만큼 5시 기상은 가뿐했다. 운동을 하고 오면 상쾌한 기분도 들었다. 수면 시간만 지키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시 졸려 들어가다니, 역시 운동이 문제다.
15일차 새벽. 알람이 울렸다. 일어날 수 없다. 고민은 되지만, 계속 10분, 15분 간격으로 핸드폰을 다시 들여다보며 이불 속으로 더 파고 들었다. 끝내 5시 45분에야 일어났다. 습관은 물건너가는 것 같다. 45분이 지나 일어났는데도 피곤했다. 어제의 의지를 다지며 옷을 갈아입고 나섰다. 차가운 공기를 쐬며 산책을 2바퀴하고 들어왔다. 산책하는 내내 하품이 났다. 돌아와서도, 샤워를 마치고도 하품은 멈추지 않았다. 끝내 7시에 다시 잠자리로 돌아갔다.
아, 무엇인가를 습관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다. 12일차까지의 호기는 사라졌다. 겸손에 겸손만이 남았다. 의지로 일어나기는 하지만 그 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요즘 직장 생활이 피곤한 탓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은 계속 피곤할 것이다. 이런 핑계론 습관을 들일 수 없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휴게실에 갔다. 알람을 맞추고 안마의자에서 20분 낮잠을 잤다. 일과 중 피곤을 풀어내기 위한 장치다. 일과가 피곤하다면, 중간에 피곤을 풀어주는 방법이 필요하다. 기상을 늦추는 건 의미가 없다. 잠들기 전 유튜브에서 아침 기상에 대한 짧은 영상을 보았다. 의지를 다지기 위한 노력이다.
16일차 새벽. 알람이 울리고 5분 정도를 뒤척이다 일어났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기에 억지로 일어났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계단을 오르는 데 한없이 하품이 올라온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하품이 난다. 당장 방에 들어가면 10초 안에 잠들 수 있을 것이다.
이겨내야 할 고개가 온 것이라고 여기기로 한다. 66일의 습관 만들기에는 몇 번의 고개가 있을 것이다. 첫 고개에 온 것 뿐이다. 여기서 무너지면 정상을 맛볼 수 없다. 기어가는 마음으로 22일까지는 버티자. 22일이 첫 베이스캠프였다.
나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다. 나는 나를 뛰어넘는다. 나는 나를 믿는다.
계단을 오르면서 계속 되뇌었다. 해보자. 여기서 멈추는 건 내가 허락할 수 없다. 나는 66일을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이다. 지금쯤 고비가 오는 것이 정상이다. 당연한 것이다. 이겨낼 수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등등.
첫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66일동안 고비가 몇 번 올지 기대해보기로 했다. 66일을 지내는 나를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보고 응원하겠다. 일단 오늘의 목표는 다시 침실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오늘도 낮잠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습관을 들이는 과정에는 고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때 예외(어젠 피곤했으니까, 늦게 잤으니까, 잠을 설쳤으니까)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아시죠? 끝입니다. 만약 그런 어려움이 있다면, 습관은 지키시되 이를 해결할 다른 방안을 마련해보세요. 저의 낮잠 20분처럼 말입니다. 첫고비를 잘 이겨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