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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May 07. 2019

8. 조용히 맞는 새벽, 나만의 의식

내가 하고 있는 다양한 새벽 운동법

아침에 일어나면 무엇을 해야하나.

운동을 '하고 싶다'기 보다 '해야 할 것' 같아서 옷을 갈아 입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미운 우리 새끼'에서 김종국이 매니저를 데리고 계단을 오르던 장면이 생각났다.

엘리베이터를 좀 더 기다리다가 그냥 비상구 문을 열었다.


  나는 아침 운동으로 계단오르기를 한다. 10층에 살고 있는데, 첫날에는 10층에서 25층 끝까지 올랐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까지 내려와 다시 10층까지 올라왔다. 아파트를 위아래로 한바퀴 오른 셈이다.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지하에서 10층까지 오르고 현관 비번을 누르면서 내일 25층 끝까지 다시 한 번 오르겠다고 마음 먹었다. 무엇이든 첫날부터 무리하면 안된다.

  계단을 오르는 일은 아주 심심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 계단과 계단 층계참에는 밖을 내다 볼 수 있는 유리창이 있다. 유리창 밖으로 아직 어두운 아파트 풍경이 보인다. 한 동에 몇 안되는 집이 불을 켜두었다. 102동에는 몇 가정이, 104동에는 몇 가정이 불을 켜 두었는지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저들도 나와 같을까, 생각해본다. 저 사람들은 새벽 5시에 무얼 바라 일어났는가?


  며칠이 이어지면서, 새벽 5시에 항상 불을 켜두는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도 나와 같은 5AM클럽의 멤버인 것 같아 반가웠다. 계단을 오르면서, 그 집들이 무사히 불이 켜 진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면서, '당신도 일어났군요. 반가워요. 오늘도.' 속으로 인사했다. 뭔가 알 수 없는 동지애 같은 게 느껴진달까.


  처음 며칠은 그냥 계단을 오르다가, 또 며칠은 의식을 강화시켜 줄만한 팟캐스트나 유튜브를 들으면서 올라갔다. 또 어떤 날은 조용한 피아노 곡을 듣기도 하고, 여자 아이돌 음악을 듣기도, 명상 음악을 듣기도 했다. 혼자 귀에 이어폰을 끼고 조용히 계단을 오르는 나만의 의식. 새벽 5시 계단엔 나 말고 아무도 없다.


  계단 오르기는 시각적인 효과가 뛰어나다. 내가 지금 얼마 만큼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계단을 오르는 양을 늘였을 때의 만족감도 높다. 너무 힘든 순간에도 내가 오른 만큼 계단참에 숫자가 바뀌는 것을 확인하면, 조금 더 힘을 내 볼 수 있다. 내가 얼마만큼 운동을 했는지, 어떤 운동보다 정직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생각보다 운동 효과가 뛰어나다. 계단 오르기를 25층 아파트에서 두 바퀴 하고 나면 땀이 옷을 적신다. 몸에 꽤 열이 올라서 평소보다 조금 덜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싶어진다.


  주말에는 남편과 집에서 멀지 않은 산을 등산하기로 했다. 등산이라고 하기 민망할 만큼 낮은 산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계단이 많았다. 계단을 오르는 걸음이 평소보다 가벼웠다. 매일 새벽마다 훈련한 보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남편이 앞섰는데 꽤 오래 올라가니 남편보다 내가 속도를 더 내게 되었다. 계단이 길어질수록 남편은 지쳐가는데 오히려 나는 여력이 있었다.


  몸이 피곤하거나, 어깨나 허리가 아픈 날은 요가를 했다.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시작해 여러 동작들을 연습해 보았다. 처음에는 뭘 할지 몰라 유튜브에 '아침 스트레칭' 등을 검색해 따라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나는 동작들을 내 호흡에 맞춰 했다. 요가를 하고 나서는 5분 정도 앉아 명상도 해보았다. 명상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처음엔 별 잡생각이 다 났다. 이거 끝나면 뭘 할지, 오늘 직장에 가서 뭐부터 해야 하는지, 어제 있었던 일, 오늘 아침엔 뭘 해먹고 갈지 등을 고민했다. 시간이 점점 지나니까 생각들이 없어지고 고요해졌다. 찬찬히 내 마음을 돌아볼 수 있었다. 이 때 명상 음악, 요가 음악을 검색해서 들으면 더 좋다. 음악 소리의 높낮이를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잡념이 사라진다.      




  운동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모두 다르게 진행하는 게 맞다. 하지만, 꾸준히 무슨 운동이든 한다면 삶에 활력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꼭 한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날씨과 컨디션 등에 따라 자유롭게 운동을 조정해보자. 계단 오르기를 하다가 한 번씩은 바깥 공기가 쐬고 싶어 건물 밖으로 나가 아파트를 한 바퀴씩 돌았다. 아무도 없는 아파트 정원을 걷는 느낌도 좋았다. 하늘을 바라보니, 아직도 달이 떠 있었다. 아파트 사이에 보이는 달을 핸드폰에 찍어 내 바탕 화면에 깔아두었다. 조금씩 내 삶이 변하고 있다. 이 습관을 꼭 완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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