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에 침실에 눕는다.
잠에 들지 않는다.
잡생각이 맴돈다.
저번에 먹었던 그 식당 이름이 뭐더라...
검색해볼까?
.......
일상이 피곤하지 않았던 건지, 오후에 먹은 커피가 문제였던건지 갑자기 불면증이 시작되었다. 한동안 잘 해오던 수면 패턴은 하룻밤에 무너졌다. 10시 30분까지 눈을 감고 버텨보다가, 휴대전화를 들었다. 맛집을 검색해보고, 주말에 볼 영화 예매도 하고, 업무에 필요한 메일도 살펴보았다. 그러다 유튜브를 잠시 보고, 중간중간 시계를 보았지만 졸리지 않았다. 12시가 다 되어서야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다시 잠을 청했다. 20분쯤 뒤척이다가 잠이 든 것 같다.
어김없이 4시 55분 알람이 울렸다. 겨우 4시간 반쯤 자고 일어나면, 오늘 하루가 무리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침 기상을 포기하고 잘 수 있는 마지노선까지 잤다. 급히 일어나 씻고, 챙겨서 나오는데도 잠이 깨지 않았다. 하긴 일어나서 20분만에 모든 걸 해결하고 나서는 길이었으니까. 20분만에 모든 것을 준비할 수 있다니. 난 오늘 나의 능력치를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 시킨 셈이기도 하다.
하루 종일 졸렸다. 수면 시간으로 본다면, 7시간 가까이 잔 것인데도 피곤이 가시지 않았다.
우리의 몸 생체시계는 외부 자극을 통해 낮과 밤을 구별하는데요. 눈으로 들어온 빛 자극을 통해 낮에는 활동을 하고 밤에는 휴식을 취하는 모드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잠자리에 들기 전 스마트폰을 장시간 보게 되면 눈으로 들어온 빛으로 인해 생체시계에 혼동을 일으키고,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방해해 편안하게 수면에 이르지 못하게 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침대에 누운 지 15분 후면 수면유도 호르몬이 분비되는 데 반해, 스마트폰의 불빛에 노출된 이후에는 수면 호르몬이 나오느 데 1시간 40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 한의사 허정원님 블로그)
이런 블로그도 읽었지만, 그 다음날도 그 다다음 날도 나의 수면 이상 상태는 지속되었다. 한 번 망가진 수면패턴을 다시 되돌리기란 쉽지 않았다. 가끔은 10시에 잠든다는 게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게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그래도 어김없이 10시면 침실로 가 2시간쯤 휴대전화를 보다가 12시에 잠이 들고, 7시가 넘어 일어났다. 이 패턴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정신없이 출근하려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순간에는 어김없이 아쉬움이 남았다. 일찍 일어났을 때와 하루의 시작이 판이하게 달랐다. 물론 나 역시 5am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늘 바쁜 아침을 살아왔었다. 하지만 이제 5시 기상의 여유롭고 충만한 아침을 안다. 아침 뿐 아니라 하루가 달라지는 기분을 안다. 아는데 뒤돌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패배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휴대전화를 안방에 들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취침전 휴대전화를 충전기에 꽂아 화장실에 두었다. 알람이 울리면 곧바로 화장실로 가 알람을 끄고 세수와 양치를 할 작정이었다. 10시에 침실에 가 누은 지 30분이 지나도 역시 잠이 들지 않는다. 차라리 이시간에 뭐라도 하는 게 효율적인 건 아닐까, 싶다. 뒤척이다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 휴대전화를 다시 들고 들어갈까, 고민하다 신랑에게 딱 걸렸다.
"잠이 안와? 그럼 책을 좀 보던가......"
머쓱해진 나는 침실에 와 작은 등을 켜고 책을 읽었다. 30분 쯤 읽으니 졸리기 시작한다. 11시가 넘어서야 불을 끄고 잠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그 다음날 다시 5시 기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조금 피곤한 느낌이 남아있다. 하지만 며칠 반복되면 금방 예전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핸드폰을 화장실에 두고 자는 건 너무 인위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 부정적인 습관이 생기고 있다면, 그 습관을 만드는 환경을 뿌리째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더이상 잠자리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가지 않는다. 나의 수면의 질과 양 모두를 지키는 것이 내 삶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받침대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