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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Apr 14. 2020

잃어버린 새벽을 찾습니다.

다시 새벽 기상을 시작하려면

  5시 기상은 내 삶을 많이도 바꿔 놓았다. 나는 하루를 여유롭게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것들을 이뤄 나갔다. 나는 나를 믿기 시작했다. 나는 훨씬 의지가 강해졌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새벽기상을 잃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겼다.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은 고정된 루틴을 만들기 어려웠다. 그리고 나는 육아휴직을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가야할 곳이 사라졌다. 더이상 새벽 기상은 내게 의미가 없다고 여겨졌다. 

 

  얼마전까지 아이는 밤 12시 전후로 잠들었다. 조그만한 게 너무 늦게 자는 게 아닌가 싶었다. 저녁 8시쯤 씻겨 침실에 누워 아무리 달래도 잘 생각을 않는다. '이놈~'해보기도 하고, '자장자장' 해보기도 했다.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더 울어재낀다. 자정이 다 되어 아이가 잠들었다. 나도 진이 빠졌다. 그리고 혼자 남은 이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이대로 잠들기엔 하루가 너무 아쉽다. 휴대전화를 보고, 밀린 드라마도 본다. 새벽 2~3시쯤 잠이 들었다. 아이는 다음날 9시쯤 일어난다. 나도 그때쯤 일어나면 대충 수면시간이 맞았다. 자정이 넘어 휴대전화를 몇 시간 붙들고 있다가 2~3시쯤 잠든 아이 곁에 가 조심히 몸을 뉘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싶었다. 불편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육아는 참 좋은 핑계가 되어주었다. 청소를 못해 집이 엉망이어도, 밤새 휴대전화를 봐도, 머리를 안감아도, 갑자기 남편에게 짜증을 내도 되었다. '육아 때문에 바빠서, 혹은 육아 스트레스'라는 말로 대충 얼버무리면 모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래도 내안에 '그건 핑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했다. 


  돌이 지날 때쯤 아이는 9시 반 전후로 잠자는 시간을 옮겼다. 조금씩 조금씩 당겨진다 싶더니, 9시 전후로 고정되었다. 아이가 일찍 자니, 삶이 훨씬 정돈되는 느낌이 들었다. 여유시간이 더 길어졌다. 휴대전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긴 아까워졌다. 아이를 재우고 방에서 나와 운동복을 갈아입었다. 집 앞 뚝방길을 끝까지 걷다 뛰다를 반복하고 돌아왔다. 점점 뛰는 비율이 늘어났다. 대충 40분 정도가 걸렸다. 남편이 아이와 함께 있으니 크게 걱정할 것도 없었다. 혼자 밤공기를 쐬며 강가를 뛰고 있으면, 다시 온 몸이 살아났다. 

  운동을 마치면 남편도 아이와 잠들어 있었다. 샤워를 여유있게 한다. 온 몸에 바디로션을 꼼꼼히 바른다. 얼굴에 팩도 하나 얹는다. 양치도 긴 시간 들여 정성껏 한다. 치간 치솔도, 치실도 사용한다. 손, 발톱 정리도 한다. 하루종일 아이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이 시간에는 나를 꼼꼼히 봐준다. 얼굴에 잡티가 더 생긴 곳은 없는지, 요즘 목주름이 더 늘지는 않았는지. 

  그러곤 책상에 앉는다. 글도 쓴다. 책도 읽는다. 뜨개질을 한다. 수채화도 그린다. 남편에게 취미 생활에 다시 시간과 돈을 쓰겠다고 공언했다. 생각해보니 복직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이와 있어 바빠 그럴 시간이 어디있냐고? 복직을 하면 아이도 있고, 일도 해야 한다. 말그대로 워킹맘. 복직 후보다는 그래도 지금이 더 여유롭다. 아이에게 '너 때문에' 엄마는 아무것도 못했다는 원망은 하고 싶지 않다. '짬짬이' 뭐든 해볼 요량이다. 혼자 이런 저런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빠르면 새벽 1시, 늦어도 2시 반 전에 잠든다. 7시간 취침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7시간 뒤로 알람을 맞춰두고 잔다. 다음날 8시에서 9시 사이에 기상한다. 

  이 생활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육아맘들에게 권하고 싶다. 아이에게 소홀해지지 않고, 남편을 힘들게 하지 않을 수 있다. 운동도 하고 취미생활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간엔 그 기운이 없다. 새벽의 기운. 무엇보다, 곧 복직이 기다리고 있다. 복직 후에는 기상 시간이 당겨져야 한다. 지금처럼 9시에 일어날 수 없다. 


  친구들의 워킹맘 생활은 지옥 같아 보였다. 모두 아침엔 나 한 몸 챙겨 나가기도 바쁘다. 아이까지 밥 먹여 옷 입혀 어린이집을 보내는 건 보통 일은 아닐 터였다. 다들 도와주는 부모님이 곁에 계시지 않으면 쉽지 않다고들 했다. 지금처럼 9시에 일어나 여유롭게 아침을 먹이는 삶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난 이 일을 혼자 잘 해내고 싶어졌다. 복직은 아직 다섯 달 가량 남았다. 그전에 새벽 기상을 다시 돌려 놓아야겠다. 복직할 때쯤 그 삶이 내게 일상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출근 전 여유로운 아침을 맞고 싶다. 아침마다 아이와 허둥대고 싶지 않다. 천천히 깨는 아이를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기상시간은 4시 반-5시. 옷만 간단히 챙겨 입고 아침운동 40분. 그리고 샤워. 아침 일기와 명상까지 딱 1시간 30분 정도의 내 시간이 필요하다. 늦어도 6시 반부터 출근 준비를 하면 충분하다. 무엇보다 이미 운동을 마친 마음가짐은 하루를 훨씬 여유롭게 해 줄 것이다. 

  

  문제는 기상시간이 완벽히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벽 2시 취침에서 밤 10시 취침으로. 9시 기상에서 5시 기상으로. 무려 4시간의 차이다. 점차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30분씩 옮겨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바로 시도 해봤다. 나만의 밤시간은 너무 황홀했고, 돌아서면 시간은 훌쩍 가 있었다. 삼십분만 더 읽을까, 싶으면 어김없이 한시간이 지나있었다. 완벽 실패였다. 취침시간을 바꾸자고 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난 여전히 변한 게 없었다. 당장 눈앞의 시간은 너무 달콤하다. 다섯달 뒤 복직은 너무 멀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잃어버린 새벽을 찾을 수 있을까




  복직 후의 삶을 고민하며 다시 5시 기상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 거라 생각해 연재를 다시 시작합니다. 

'다시 다섯 시?' 라는 마음이 드신다면,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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