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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Apr 23. 2020

아침을 얼마나 일관적으로 시작하는가

운동하고 명상하고 글쓰는 아침

  오늘 밤 취침부터 시작이다.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 한다. 아기를 재우러 들어가기 전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얼굴에 이런 저런 것들을 모두 발랐다. 나름 비장한 각오다. 9시쯤이니 아기가 잠드는 데 30분은 넘게 걸릴 것이다. 그대로 같이 잠드는 게 내 목표였다. 아이는 9시 15분쯤 잠들었다. 생각보다 빠르다.아, 내 계획과 좀 다른데? 조금 밖에 나갔다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전화도 일부러 부엌에 두고 왔다.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잠은 안오고, 심심했다. 전화기를 가져오면 모두 끝장이다. 누워서 숫자도 세고, 천장을 멀뚱멀뚱 본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잠이 들었다.

  잠드는 데는 거의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새벽 두, 세시에 자는 사람을 밤 9시 반에 눕혀놨으니 그럴만도 하다. 이 정도면 양호하다. 다음날 나는 새벽 4시 50분에 잠에서 깼다. 양치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운동을 하러 나서면서 '역시 해냈다.'는 만족감이 들었다. 40분 동안 뚝방길을 걸었다. 아침의 뚝방은 밤과는 달랐다. 밤엔 하얀 벚꽃이 예뻤는데 아침엔 보이지 않던 새들이 많았다. 오리도, 황새도 보인다. 운동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남편이 책을 읽고 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부터 늘 남편이 출근하고 난 뒤 일어났다. 아침엔 책을 읽었구나. 아침의 남편, 낯설다. 남편도 내가 낯설겠지. 호호. 내가 돌아왔다. 촌스럽게 티내지 말아야지 하는데도 의기양양한 표정이 새어나왔다. 

  그 날을 시작으로 연달아 3일 정도는 5시를 전후로 일어났다. 너무 금방 해낸 것 같아 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렇게 금방 돌아올 거였나. 힘주어 의지를 다졌던 것에 비해 당황스러울만큼 시시했다. 딱 3일, 그랬다. 

  4일째, 역시 생리통이 시작됐고, 몸이 불편했다. 핑계를 대고 싶었다. 밖에는 비가 내린다. 어차피 일어나도 운동은 못간다. 이런저런 핑계로 7시에 일어났다. 예전이면 9시에 일어났는데, 7시면 대단한거지, 남편이 말했다. 기분이 나빴다. 위로하려고 한 말이다. 아는데 기분이 나빠졌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그랬다. 

  남동생과 통화를 했다. 요즘 남동생과 다이어트 대결중이다. 동생은 비가 와서 아파트 계단을 올랐다고 했다. 아, 계단. 계단을 잊고 있었다. 그래, 뭐라도 해야 했던 거구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 전화를 끊고라도 계단을 올라야 했다. 그때 난 그냥 "내가 졌다. 하하하" 웃었다. 하하하.

  다음 날 8시에 일어났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정말 컨디션이 안좋았다. 사실이다. 남편이 옆에 누워 있었다. 주말이구나. 겨우 몸을 일으켜 앉았다. 온 몸이 찌뿌둥하고, 종아리도 아프다. 운동을 며칠 하다 안해서 그런가, 싶다. 방을 나와 물을 한 잔 마셨다. 그때였다. 지금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가야겠다. 지금이라도.

  옷을 갈아입고 나섰다. 어차피 남편이 있으니, 아이 걱정은 없다. 꼭 새벽이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40분을 걷고 뛰었다. 뚝방길에 오리가 반가웠다. 나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자연의 모습이다. 웃기겠지만 오리를 보고 뛰고 있으니, 뭔가 다 내려놓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막 도망치는 기회의 꼬랑지를 잡아낸 셈이었다.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될 일이다. 지금 나오지 않았다면, 이틀째 빠지는 거다. 그럼 새벽 운동은 스멀스멀 자취를 감췄을 것이다. 다시 시작된 것이 감사했다.   

  다음주 월요일 아침 나는 정확히 6시 30분에 눈을 떴다. 너무 늦었나? 늦었다. 남편이 7시 전후에 출근을 하니, 늦어도 6시 20분에는 나서야 한다. 남편이 출근하면 아이를 데리고 뚝방길을 뛸 수도 없다. 오늘 아침 운동은 물건너 갔다. 그때 동생 생각이 났다. 정말 후다닥 챙겨서 아파트 계단을 지하 1층에서 지상 25층까지 2번 반복하고 돌아왔다. 땀이 이마에 맺히는데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출근하는 남편을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했다. 신혼 때 이후로 참 오랜만이었다. 문 앞 배웅이라니.

  이후 나는 요즘 6시쯤 일어나 아침 운동을 하고 남편을 배웅한다. 일찍 일어나는 날은 뚝방길에 뛰러 가고, 늦게 일어나면 계단을 오른다. 남편을 배웅하고 와 천천히 씻는다. 명상한다. 글을 쓴다. 삶이 착착 맞아 떨어지는 톱니 바퀴 같이 느껴진다. 마음이 편안하다. 난 이제 몇 시에 일어나든, 운동하고, 명상하고, 글을 쓴다. 

  수요일, 글쓰기를 시작하려는데 남편에게 카톡이 왔다. 

   '아침에 운동 다녀오느라 수고 많았어요. 요즘 자기 열심히 운동다니고 하는 모습 멋짐.'

   이 카톡에 답했다. 

   '응 좀 고민될 때도 있는데ㅋ 이번엔 해보기로 했어. 건강해져야 하니까! 올해 내 목표야. 건강해지기'

  부부끼리 이런 카톡을 아침부터 주고받다니. 좀 멋지다. 훗.



  

  아직은 4시 반 기상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아침 기상 시간을 지키지 못했던 날, 나는 이 말을 떠올리며 하루를 다시 되살려보려고 노력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아침을 얼마나 일관적으로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 

                                                                            B.J.Novak


  다시 새벽 5시 기상이 어렵다면 먼저 자신이 시작하고 싶은 아침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라.

  아침에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운동하자. 늦게 일어나 40분 운동이 힘들다면, 20분 계단오르기를, 더 늦었다면 5분 윗몸일으키기를 시작하자.  

  아침에 명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1분 명상이라도 하자. 아침에 책을 읽기로 했다면 한 챕터, 한 쪽이라도 읽자. 먼저 아침을 변화시켜라. 변화된 아침이 당신의 감정을 바꿀 것이다. 감정이 당신을 움직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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