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젖까는 이야기(1)

1. 초유는 꼭 먹여야 된다면서요?

by 김나율

임신과 동시에 모유수유를 반드시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임신을 한 후에 주변에서 ‘모유수유할 거야?’라고 물어보면 ‘초유는 꼭 먹여야 된다 해서 해야 할 것 같아.’라고 대답할 정도. 초유는 출산 이후 일주일 간의 모유를 말하는데 뭐가 어떻게 좋은지는 몰라도 어른이 되고 나서부터 여기저기서 들었던 정보였다.


사실 우리는 결혼, 임신, 출산, 부모에 관한 교육을 받기 힘든 환경에서 자라왔다. 그래도 아동 관련 학과를 나와서 그런지 ‘초유’에 대한 개념은 어느 정도 박혀있다고 생각했다.

그 좋다는 초유가 사람을 얼마나 들었다 놨다 하는지, 젖을 물리기까지 얼마나 아프고도 시린 깨물림을 당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내가 가슴으로 화창이를 만난 건 출생 2일 차, 대학병원 수유실이었다. 출산 당시 수술실에서 안경도 없이 흐릿한 화창이를 아주 짧은 시간 만난 이후, 수면마취도 덜 깬 나는 화창이를 안아볼 시간만 고대하고 있었지만 출산 당일에는 침대에 누워 휴식만 취해야 한다며 신생아실도 가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다음날, 드디어 신생아실 유리창 건너의 화창이를 만났다. 뱃속에 불덩이를 넣고 꿰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팠지만 화창이를 보는 시간만큼은 어쩐 일인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모유수유를 위해 들어오라는 간호사의 손짓에 나는 신이 나서 다리를 질질 끌며 수유실로 향했다. 작디작은 얼굴과 속싸개에 쌓인 몸을 받았던 순간은 아직도 나에게 벅찬 감동을 준다.


“화창아 안녕?”


나는 9달 보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기다리고 기다렸던 화창이와 찐한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산모님, 가슴 좀 열어보세요.”


난생처음 본 간호사가 나에게 대뜸 가슴을 보여달란다.


“네?”

“모유수유 안 하실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초유는 먹여야 돼요. 그래야 애가 건강하지.”


‘아니 저도 초유 좋은 거 알고, 모유수유하러 온 건 맞는데요, 잠깐 인사 좀 하면 안 될까요? 9달 반 만에 만난 거거든요.’


라고 속사포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소심한 성격의 엄마는 그저 소심하게


“네.”


하고 환자복의 단추를 풀었다.


“자, 아기를 이렇게 안고, 가슴을 이렇게, 그렇지. 아기가 유륜 전체를 물어야 돼요. 그래야 젖도 잘 나오고 안 아파요.”


태어나서 처음 본 사람 앞에서, 처음 본 남자에게 가슴을 드러내 놓은 심정이란. 심지어 그 남자는 눈을 감고도 내 젖의 위치를 기가 막히게 잘 찾아 물고 엄청난 힘으로 빨기 시작했다.


“아기가 알아서 잘 찾아 먹네. 산모님 복 받으신 거예요. 엄마 젖을 못 무는 아기들도 많고, 힘이 없어서 못 빠는 아기들도 많아요.”


그렇게 나와 화창이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듣고, 둘 만의 시간을 가졌다.


“화창아, 맛있니? 엄마는 지금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좀 당황했는데, 넌 꼭 처음이 아닌 것처럼 잘도 먹는구나.”


아기들이 엄마 배속에서 손가락을 빨며 빨기 반사가 발달하고, 빨기 반사를 이용해 엄마 젖을 찾아 먹으며 생존을 한다고는 배웠지만 실제로 내 눈앞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다소 놀라웠다.

15분 정도 힘차게 젖을 빨던 화창이는 이내 잠들어버렸고, 나는 잠이 든 화창이를 안아 그대로 한 시간 동안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내가 궁금해왔던 화창이의 눈썹과, 눈매, 그리고 콧날, 입술.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그렇게 하루에 3~4번씩 수유콜이 오면 나는 엉금엉금 기어가 화창이를 안고 젖을 물렸다. 찡그리며 젖을 찾는 화창이의 표정과 주름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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