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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율 Dec 15. 2021

나의 사랑하는 단미에게

5년 후 나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 단미야?

나는 5년 전의 단미야.

너는 2021년 12월의 단미에 대해 전부 알고 있겠지만 나는 너에 대해 궁금한 게 정말 많아.

지금도 5년 전에 쓴 일기를 보면 피식 웃으며 당시의 나를 귀엽게 바라보곤 해.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할 지도, 아이를 낳을지도 몰랐을 때였지.

하긴 그때에도 대학원을 진학하느냐 마느냐, 이직을 하느냐 마느냐, 이 남자와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 미래의 나에게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하면서 정답을 찾는 단미였어.

워낙 목표 없이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긴 채 사는 사람이라, 어떤 물살을 만나고 어느 바위에 부딪히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져서 나름 알 수 없는 미래가 궁금하고 재밌었지.

감히 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살고 싶은 남자와 결혼을 했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닫게 해 준 아들을 낳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가 되었어.

2026년의 단미는 어떤 삶을 살고 있니?

지금 열심히 준비 중인 그림책이 출판되어 화창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었는지 궁금해.

혹시 화창이가 자신의 이야기인 걸 알고 낯간지럽다고 읽지 말라고 하는 건 아니지?

그 외에도 네가 가지고 있던 이야기들을 세상에 내놓아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는 작가가 되었기를 바라.

화창이는 어때? 7살이 된 아들이 지금으로서는 전혀 상상이 안되지만

아마 하루 종일 엄마 곁에서 종알거리는 애교 많은 아들인 건 여전할 것 같아.

여전히 엄마를 잘 도와주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잘하는 사회성 좋은 아이인지도 정말 궁금해.

5년 동안 부모로서 아들 앞에서 올바른 모습을 보여줬다면 화창이의 착한 본성이 망가지지 않고 바르게 컸을 거야.

난 꼭 그렇게 됐으리라 믿어.

지금 너를 생각하면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 또 귀엽게 느껴지겠지만,

너 역시 7살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하며, 허둥지둥 살아가고 있겠지?

예비 학부모로서 학교에 보내기 전에 해야 할 일들과, 수많은 걱정거리들을 안고

인터넷을 파헤치고, 주변에 묻고 다니겠지.

하지만 화창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다짐을 너도 여전히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어.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학생이 아닌,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키우겠다는 그 다짐.

잊지 않고 있길. 혹시 잊고 있었다면 이 편지로 하여금 마음을 정돈하길.

그리고, 우리 집 또 다른 남자. 남편은 잘 지내고 있니?

지금은 육아를 핑계로 내가 밥을 잘 챙겨주지도 못하고, 제대로 대화를 할 시간조차 없는데

5년 후에 너와 남편의 관계는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해.

그때에도 남편보다는 아들이 천 배 만 배 예쁘고 사랑스럽니?

남편이 백분의 일이라도 자신을 아들만큼 사랑해달라는 말이 자꾸 나를 콕콕 찌르는데

5년 후에는 조금 달라진 애정을 기대해볼게.

너는 5년 전과 지금의 내가 그런 것처럼 여전히 자유분방하고, 해맑고, 천진난만한 어른일까?

아니면 세상에 물들어 가는 중일까? 지금의 나는 아직 어렵지만 5년 후 나에게 바라는 단 하나. 너 자신을 예뻐하는 사람이 되길.

그래서 예쁘고 사랑스러운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쁘고 사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에 가깝게 되길.

그럼 오늘도 안녕히, 건강하고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도록. 단미야 안녕. 나중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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