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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율 Dec 23. 2021

우리의 시작은 그렇게 우연인 듯 운명처럼

그와 그녀의 시작은 어쩐지 의뭉스럽다.

그들의 시작은 그녀에게는 의도적인 만남이었고, 

그에게는 우연이었다.

그의 사진을 보게 된 그녀는 그와 만날 날을 고대하며, 상상에 의존한 연애를 홀로 시작했다.


드디어, 그와 그녀가 처음 만나게 된 날.

그 해 처음으로 맞은 가장 추운 날이었고, 

거리는 할로윈축제로 가득했다.

그를 처음 본 그녀는 마치 오래도록 만나온 관계인 것처럼 편안했지만, 그녀를 처음 본 그가 당황할 것을 염려하여 나름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시끌벅적한 술자리가 지나가고,

그녀와 그를 포함한 몇몇의 사람들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그를 좀 더 알고 싶고, 함께 하고 싶었지만 오늘만큼은 솔직함을 참기로 했다.


어쩌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그녀의 휴대폰 위로 물이 쏟아졌다. 그는 마치 제 사람의 것인 양 재빨리 휴대폰을 들어 담담하게 물기를 닦았다. 무심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그의 자상한 태도에 그녀는 예상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라 확신했다.


어느덧 그들의 시간은 각자의 위치로

돌아갈 때를 향해 가고 있었다.

"시간이 너무 늦었다. 이제 다들 가야지?"

그녀는 아쉬움을 품고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 둘 떠나는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그때 그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뭐 좀 마실까?”

술집을 나와 편의점이 나올 때까지 그와 그녀는 함께 걸었다.


둘만의 시간을 오래도록 바라 왔던 그녀도,

오늘 처음 만난 그녀였지만, 마치 운명의 상대라도 만난 것처럼 들뜬 그도, 차가운 공기 속에서 오가는 서로의 하얀 입김이 반가웠다.


집에 도착한 그녀는 바래다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고, 고맙다면 커피 한 잔 같이 하자는 그의 말에 영화로 보답하겠다며 웃었다.


그렇게 그와 그녀는 질기고도 풋풋한 연애를 시작했다. 그들의 연애는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고, 이렇게 모든 것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함께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으로 사랑을 증명했다.


몇 년 후 어느 화창한 봄날, 

별이 수 놓인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그의 아내가 되었고,

몇 달 후 어느 화창한 봄날,

별이 수 놓인 길을 따라온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세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어느 화창한 봄날이 가져온 기적,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햇살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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