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율 Dec 30. 2021

너를 만나서

비가 내린다
심장이 자꾸 나가자 한다
비 앞에 선 나는 조심스레

손가락을 비에 맞췄다


이윽고 비가 손바닥을 잡아끌더니

이내 손목에 입을 맞춘다
나는 서서히 발을 들어

빗 속에 잠긴다


그렇게 손과 발이 묶인 나는
어디로든 도망갈 일이 없다
손, 발, 어깨, 무릎, 그리고 가슴팍까지
비는 촘촘하게 내 온몸을 지배했다


나는 이대로 꼼짝없이

따스한 비린내에 감싸여

내리는 것이 비인지 너인지도 모른 채

어항 속 한 마리가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의 시작은 그렇게 우연인 듯 운명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