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율 Jan 04. 2022

평소와 다른 등원

어린이집 퇴소의 마지막 단계

어린이집 퇴소의 마지막 단계.

아이와 함께 마지막 인사를 드릴 겸

어린이집에 있던 다누의 물건을 가지러 갔다.

집에서부터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건 아니고,

선생님께 ‘안녕히 계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하고 인사하러 가는 거야 “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도착한 어린이집.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자기 키만 한 트리 앞에선 아이는

트리에 걸린 방울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선생님께서 나오셨고,

준비해 간 간식을 전해드리며 감사했다 인사드렸다.

아이에게 인사를 시키기 위해 트리 앞에 서있던 아이를 불렀지만

웬일인지 꼼짝을 하지 않았다.

“00아, 선생님께 인사드려야지.”

몇 번이고 불러도 대답도, 움직임도 없더니

아이는 이내 트리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트렸다.

지금까지 어린이집 앞에서 들어가기 싫다고

울었던 건 등원 첫날뿐이었는데 어째 그날보다

더 큰 목소리로 너무나 서럽게 엉엉 울었다.

선생님과 나는 당황해서 아이에게 다가갔고,

아이의 마음을 알아보니 선생님과 작별인사를 하기 싫다는 것이었다.

인사성이 밝은 아이가 이렇게까지 울면서 인사를 거부한 것이 처음이라

나는 어쩔 줄 몰라 괜히 아이의 볼과 머리만 쓰다듬었다.

괜히 아이를 데리고 와서 울리고 선생님도 난처하게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다행히 선생님께서 나중에 놀러 오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아이가 울음을 그치긴 했지만

끝끝내 안녕히 계시라는 인사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전투육아를 하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도

여전히 머릿속에 아이의 뒷모습이 아른거렸다.

저 작은 생명체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서럽게 울었을까.

준비되지 않은 헤어짐이 억울했던 걸까.

내가 아이의 첫 사회생활을 강제로 끊어버린 걸까.

별별 생각이 나더니,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자

나도 눈물이 터졌다.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화가 났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마음 편히 보낼 수 있었을 텐데 하며 한탄했다.

사태가 안정되면 다시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고 순번이 오기를 기다릴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아이에게 괜한 상처만 준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에 잠이 깨버린 새벽이다.



작가의 이전글 함께 할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