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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율 Jan 13. 2022

나를 찾지 마세요.

히어로물을 보면 나는 항상 같은 생각을 하는 습관이 있다. 내가 저들 중 한 명이라면 나는 어떤 능력을 갖고 싶은가. 나는 어려서부터 언젠가 초능력자가 될 것이라 믿었다. 결혼을 하기 전까지 나는 늘 순간 이동을 하는 능력을 갖고 싶어 했다. 가고 싶은 곳이든 만나고 싶은 사람이든 언제나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너무나 부러웠다.

장거리 연애를 할 때 특히 그랬다. 차로 왕복 8시간을 떨어져 있는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 표를 예매할 때면 순간이동 능력이 없는 것이 억울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만나고 싶어 했던 남자는 현재 나의 남편이 되어 더 이상 시간을 들여 보러 가지 않아도 퇴근 시간이 되면 곧장 집으로 달려와 살을 부대끼며 살고 있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고, 가더라도 마음이 불안해서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요즘, 만나 만나고 싶은 사람도, 가고 싶은 것도 없어진 없어진 지금. 이제 순간이동 능력은 나에게 아무런 매력이 없다.

순간이동 대신 나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바로 투명인간이 되는 능력이다. 코로나가 심해져 아이가 어린이집을 퇴소하고 난 이후, 24시간 아이와 붙어 있다 보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나 피폐해진 요즘을 살고 있다. 밤낮이 수시로 바뀌고, 한쪽에서 치우고 있으면 다른 한쪽에서 어지르고 있는 말괄량이 아들. 물론 아들을 우주보다 넓고, 바다보다 깊이 사랑하고, 아들로 인해 매 순간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지만 딱 하루만 투명인간으로 살고 싶다. 최근 영혼 없이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임신 전에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씻고 싶을 때 씻는 하루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투명인간이 된다면 혼자 놀이공원, 수영장, 노래방 등등 여느 평범한 날의 평범한 소녀가 되어 가장 일상적인 하루를 보내고 싶다. 사실 이렇게 투명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이 순간에도 아들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에 나쁜 엄마라며 자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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